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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니 Aug 23. 2023

2207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이 뭐냐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나의 꿈과 목표에 대해

퇴사일기를 시작한 이래로 내가 그래서 뭘 하고 싶은 건지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 같아 오늘 밝힐 예정이다. 사실 뭐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익명의 공간에 나를 더 드러내는 것이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사적인 이야기가 과연 흥미를 돋을 수 있을까 싶지만, 용기 내어 글을 남긴다. 뭐든 기록하라고 하지 않는가, 이 글이 부디 미래에 어떤 자산이 되길 바라본다.


입시

나는 10대 시절 미술, 음악 시간이 가장 좋았고, 무언가 만드는 일에 큰 흥미를 느꼈다. 입시를 준비하며 뭔가 미대 좀 궁금하긴 한데 아버지 직장 때문에 해외에서 자란 나는 현지 대학 입시에 대한 정보력이 부족했기에, 미대를 가면 순수미술밖에 안 하는 줄 알았다. 내 주변에 미대를 준비하는 친구도 없었다. 나는 그 당시 순수미술을 하면 다 가난한 예술가가 되는 줄 알았다. 그렇게 여느 친구들과 같이 입시 시험을 준비하는 와중, 고3 때야 비로소 미대에는 산업디자인 학과가 있구나, 이 분야로 나가면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얻을 수 있구나를 처음 알았다. 이걸 왜 이제야 알게 됐나 너무 비통했지만 남들보다 1년 뒤처지면서 까지 길을 바로잡고 싶지는 않았다. 그 대신 나름 꿈에 그리던 학교의 예술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예술학과에서 영상영화연출을 세부전공하며 전반적인 촬영물에 대해 배웠다. 전공수업들이 다 나름 재밌었다. 인스타그램에서 패션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진작가들을 팔로우하고 뮤직비디오, 영화, 패션필름 등의 매체들에 푹 빠져 그 필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심을 높였다. 미대를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으로 동네 미술학원에 등록해 취미로 그림도 배웠다. 선생님께 포토그래퍼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자기가 아는 가장 가난한 직업이라고 하시더라. 말리신다길래 나도 나 자신을 말렸다. 나는 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상위 20%가 될 자신도, 끈기도 없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진로를 알아보다가 나름 창의적인 분야와 맞닿아 있는 마케팅, 광고 분야를 접하게 되었고 광고회사에 인턴직으로 입사했다. 디지털마케팅팀에 속했었지만 나는 크리에이티브팀에 더 눈길이 갔다. CD(Creative Director), AD(Art Director) 이런 분들을 보며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지만 나는 디자인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동료가 될 수 없었다. 물론 다른 방법들이야 있었겠지만 그때 나는 그 방법을 몰랐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결국 마케팅 분야에 취업을 했다.


직장인

첫 직장인이 되고 월급이 꽂힐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백만 단위의 돈을 벌 수 있었고 원하는 것들을 살 수 있었다. 에이전시로 시작해 브랜드사를 거치며 마케팅 PM(Project Manager)으로써의 경력을 쌓아갔다. 그렇게 디지털마케팅, 오프라인마케팅(전시, 이벤트), PR, ATL, IMC,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등 전반적인 마케팅의 카테고리를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PM으로써 많은 업무들이 커뮤니케이션에 취중 되어 있었고, 안 되는 것도 말로 설득하는 일들에 대해 피로감을 느꼈다. 디자이너들처럼 기술이 갖고 싶었다. 그때는 몰랐다, 소통, 예산관리, 스케줄관리, 기획, 이 모든 것이 기술이라는 것을. 퇴사 후에야 깨달았다. 아무튼 때마침 취미로 하던 꽃꽂이로 각종 촬영필드에서 세트장 작업, 브랜드협업 등을 하는 플로리스트를 보며 다시금 가슴이 뛰었고, 나이 서른을 맞아 다시 고등학생 때 잘못 끼운 단추를 이제야 재정돈 해보겠다며 퇴사했다.


사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했더라면 무모한 퇴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꽃과 식물을 활용한 공간장식을 가르치는 곳을 수소문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반면 한국에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분야의 전문가들이 여는 클래스가 꽤 많았기 때문에 그들과 좀 더 가까워질 겸, 또 배울 겸 해외에서의 직장생활을 접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하자며 한국나이 서른을 맞아 귀국하게 됐다.


현재

각종 뮤직비디오, 방송, 다양한 브랜드의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콘텐츠(화보, TVC 등)나 접점의 공간(팝업 스토어 등)에 꽃과 식물로 공간장식 작업물을 남기고 싶다. 2순위로 선택했던 마케팅이었지만, 사실 난 마케팅을 꽤나 좋아한다. 다양한 브랜드들의 마케팅 활동에 관심이 가고 협업하고 싶다. 그래서 현재 그 작업을 메인으로 하는 대표님 밑에서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1년간 원했던 분야에 몰두하며 현실에 대해 바라보고 체험하는 한 해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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