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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린 Mar 08. 2022

네덜란드는 사회주택이 생긴 지 100년이 넘었다고?

네덜란드의 주거용 부동산 정책과 시장 현황

전 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네덜란드의 부동산 정책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맞닥뜨린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헌법 제22조 2항에서 ‘국민에게 주거에 대한 기회를 주는 것은 국가의 책무’ 임을 언급했듯이, 주택 문제는 네덜란드에서도 중요한 사안이었다. 주택 공급을 위해서 신규 주택을 건설하는 디벨로퍼에게는 택지와 건설비를 지원하였고,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가구에게는 주택담보대출의 세금을 감면해주었다.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주거 수당을 지원하였다.


1970년대 탈산업화와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네덜란드 정부는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다. 이후 1980년대부터는 기존의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방정부와 민간 주도로 그 역할을 바꾸기 시작했다.      


다양한 주거 정책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임대시장에서의 사회주택과 자산시장에서의 주택담보대출을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주거 정책으로서 소개하고자 한다.

             



1. 사회주택: WSW와 CFV     


사회주택(Social Housing)이란 민간임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의 중간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주택으로, 민간이 공급하나 공공성을 갖고 있거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주택이다. 네덜란드의 사회주택은 1901년 제정한 주택법(The Housing Act)에서 처음 등장하여 그 역사는 무려 100년이 되었다. 1990년대에는 무려 전체 주택의 약 41%가 사회주택이었다. 이후 정책의 기조가 바뀌면서 현재는 전체의 약 34%로 줄었다. 그런데도 네덜란드의 사회주택 비중은 유럽 국가와 OECD 국가에서 가장 높으며, 약 230만 채가 사회주택으로 분류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사회주택 수 및 전체 주택 대비 사회주택 비율 (출처: T. Salcedo Rahola)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약 8% 수준이며, 사회주택에 대한 인식 또한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공’, ‘사회’, ‘임대’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데에 비하여, 네덜란드는 사회주택을 학생이나 사회초년생뿐만 아니라 중산층도 이용하는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주택 건설 시 소셜 믹스(social mix)를 하여 저소득층이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낙인 효과를 차단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한다.


네덜란드의 사회주택은 주로 기업, 교회, 단체 등이 주택조합(Housing Association)이라는 민간 조직을 설립하여 공급한다. 네덜란드에는 약 300만 채의 임대주택이 있으며, 이 중 약 75%를 주택조합이 소유하고 있다. 주택조합이 소유한 주택의 80%는 약 38,000유로 이하의 소득을 버는 사람들에게 임대되어야 하며, 주택조합의 주택 임대료는 2021년 기준 약 752유로 이하여야 한다.   



네덜란드의 사회임대주택 금융 구조 (출처: J. Lawson)


정부는 사회주택 공급 주체에게 지분 출자, 융자 및 보증, 토지 지원,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공급을 지원하고 있다. WSW(Waarborgfonds Sociale Woningbouw)란 사회주택보증기금(Social House-building Guaranetee Fund)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사회주택 제도 중 하나이다. 이 기관은 1983년에 설립되었으며, 정부가 주택조합의 신용도를 보증해서 주택조합이 시중 금리보다 저렴하게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CFV(Centraal Fonds voor de Volkshuisvesting)이란 중앙 사회주택기금(Central Fund of Social Housing)으로, 주택조합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시 비용을 지원해주는 펀드이다. 이 펀드는 주택조합의 출자금으로 조성된다. 이와 같은 장치를 통해서 사회주택의 금융 안전망을 확보하고 지속가능성을 창출해내고자 하였다.




2. 주택담보대출: NHG와 MITDS      


과거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과 함께 사회주택을 보편화시켜왔다면, 1990년대에 들어서는 주택 부문을 민영화하며 주택 자가 보유를 촉진시키고자 노력해왔다. 네덜란드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하여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높지 않고, 세금 혜택 또한 많다.



유럽 국가의 주택담보대출 LTV 평균 (출처: Rabobank)


네덜란드는 평균 LTV 비율이 높은 편이고, 심지어 2012년에는 LTV 상한이 106% 수준으로 설정되기도 했다. 만기 일시 상환형 모기지 또한 많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유럽 시스템 리스크 위원회(European System Risk Board, ESRB)에서 가계의 부채 위험을 관리할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전형적인 주택담보부증권(RMBS) 구조 (출처: Rabobank)


민간의 주택 금융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부 정책으로는 NHG(Nederlandse Hypotheek Garantie)와 MITDS(Mortgage Interest Tax and Deductibility Scheme)가 있다. 


NHG란 저소득층과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를 위한 정부의 모기지 보증 제도로, 1993년에 도입되었다. NHG는 대출 위험을 일부 보증하여 대출자들이 더 낮은 금리로 집을 살 수 있게끔 해준다. 또한 대출자가 사고, 실직, 이혼, 배우자 사망 등의 일을 겪어 대출 비용을 갚지 못할 경우 재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NHG의 가입 한도는 지난 2021년 1월 310,000유로에서 325,000유로로 상한 되었다.


MITDS는 네덜란드어로는 ‘Hypotheekrenteaftrek’로 불리며, 소득세에서 모기지 이자를 감면해주는 제도이다. 이 감면 이자율은 2021년 46%에서 43%로 줄어들었다. 민간 주택 금융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이러한 제도들을 도입하였으나, 가계 부채 위험과 정부 재정 부담으로 점차 지원 범위를 좁혀나가고 있다.






네덜란드의 주거용 부동산 정책과 시장 현황 (2) 마침.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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