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혼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연령별 차이에 대하여
이혼가정이 많아졌다는 건 학교에 있다 보면 실감이 난다. 작년에 상담했던 아이들 중에 절반 가까이는 이혼가정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혼은 부모와 아이 모두의 인생에 있어 큰 사건이다. 특히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선택이나 의지와 무관하게 엄마 또는 아빠와 헤어짐을 경험하게 되므로, 이혼은 아이들에게 갑작스럽고 스스로의 의지로는 피할 수 없는 재해 같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가 있는 부부가 신중하게 고민하여 이혼을 선택했다면, 이혼 이후에 아이를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하시기를 바란다. 이혼은 부부관계를 끝내는 결정이기는 하지만, 부모-자식 간의 관계를 끝내는 결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아이가 이혼을 어떻게 생각하고 느낄지, 그것이 아이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고민해보아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혼은 아이에게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을 자기 탓으로 돌려 자책하기도 하고, 갑자기 반항이 심해진다거나 학교등교를 거부하는 등 일상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반면에 오히려 이혼한 부모를 위로하고 부모의 걱정을 덜어주고자(또는 버림받지 않고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담담하게 지내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마다 부모이혼의 영향을 다르게 받는 것은 각자의 기질, 성격,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장 중에 있는 아이들은 연령별로 인지적, 정서적 발달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연령에 따라서도 이혼에 대해 이해하고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아래 내용은 관련 논문을 참고하여 연령별로 아이들이 이혼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하는지 그 특징을 정리한 것이다. 연령별 특징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아이들마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음을 유의해서 참고해 보시기를 바란다.
학령전기(만 2-5세)
→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인지적으로 미성숙하여 부모의 이혼을 직접적으로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부모와의 관계가 단절될 것 같은 두려움, 자기도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과 무력감, 분노와 슬픔을 느끼게 된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시기이므로 이혼한 부모의 복잡한 심정을 헤아리기 어렵고, 부모의 이혼을 자신의 탓으로 생각해 자책하거나, '엄마가 아빠를 내쫓는 거야(또는 아빠가 엄마를 내쫓는 거야)'라는 식으로 왜곡된 지각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왜곡된 지각과 자책은 퇴행, 수면장애, 유기불안, 분리불안, 우울 등의 적응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혼한 부모가 느끼는 적대감, 우울감 등 부정적 감정들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되면 아이는 자신의 환경과 부모에 대한 신뢰감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학령초기(만 6-8세)
→ 상대적으로 학령전기(만 2-5세) 아이들보다는 잘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 시기 아동들은 사회적 인식이 발달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은 숨기고, 이혼한 부모에 대한 분노를 피상적으로 표출한다. 외로워하면서도 동시에 부모의 행동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며, 억압된 분노로 인해 신체화 증상이나 행동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과 같은 정서적 문제를 주로 보인다.
이 시기도 성인에 비해 인지적으로 미성숙한 시기이므로 이혼 사실을 인지하기는 하나, 이혼에 대한 의미를 충분히 알지는 못한다. 이혼에 대해 어느 정도 자기중심적으로 인식하는 부분도 있고, 부모 사이의 어떤 갈등이 이혼을 초래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의 이혼 이후에도 부모와 함께 살게 될 것이라는 재결합에 대한 환상 때문에 엄마나 아빠에게 정서적으로 집착을 보이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매우 슬퍼하거나 쉽게 울고, 거절당했다고 느끼고 비양육 부모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재결합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가족이 함께 살게 되기를 바라는데, 이러한 노력은 아동으로 하여금 성장에 필요한 새로운 발달과제에 직면하는 대신 그 상태에 고착되어 퇴행행동을 하게 하여 건강한 성장을 방해하게 된다.
학령후기(만 9-12세)
→ 이 시기의 아동은 전기의 아동에 비해서 더 잘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증가하면서 부모의 이혼에 대해 이해할 수는 있지만, 수용하지는 못한다. 특히 충성갈등(엄마 아빠 중 누구에게 충성할 것인가에 대한 갈등)에 민감한 시기로 자녀 스스로가 부모 사이를 중재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신체적, 정서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 시기이므로 부모의 지원이 없이 자라게 될 경우, 여러 행동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부모로 인한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숨기고, 스스로 긍정적인 면들을 보려고 애쓰는 경향도 나타난다. 이 시기 아동은 자신이 일반가정의 또래와 다르다고 느끼게 되면서 문제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또래보다 슬픔, 스트레스,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다.
청소년기 (만 13~18세)
→ 청소년기가 되면 자신의 개인적 감정과 부모의 고민 사이에 거리를 유지할 수 있으며, 에너지를 가정 밖의 생활(학교생활, 친구, 진로 등)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 간의 갈등에 연루되지 않고 회피하려는 노력을 한다. 가족들이 간섭하는 것을 거부하고 불복종하거나, 공격적 행동을 보이기도 하며 부모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부모가 이혼한 사유를 이해하는 것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상실감을 다루는데 도움이 된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비교적 잘 대처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부모 이외에 심리적으로 지지받을 수 있는 지지체계가(친구, 선생님 등) 생기고, 그것을 활용함으로써 부모의 이혼에서 오는 부정적인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 민미희, 이순형, 이옥경(2005). 부모의 이혼여부 및 아동의 연령에 따른 아동의 사회적 지지 지각과 내면화 문제. 대한가정학회, 43(11), 109-125.
* 심수명(2008). 연령에 따른 이혼가정 자녀의 적응을 위한 부모의 역할. 성경과신학, 45, 221-248.
*주소희(2003). 부모이혼에 대한 아동의 지각과 이혼가정자녀의 심리·행동적응문제와의 관계. 한국가족복지학, 12, 179-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