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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J Jun 23. 2024

토요일

굿 닥터 시리즈를 시작하다.

우리 동네 야외수영장은 6월 첫 주말에 문을 열었건만, 나는 아직 발가락도 못 담가 봤다. 일주일에 다섯 번 비 오는 바스크나라 날씨는 무슨 수영 같은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을 싹 사라지게 만드니까. 같은 이베리아반도의 다른 지역과는 너무나도 다른 날씨. 다른 곳은 거의 40도에 육박하는 여름날씨인데 이곳 북쪽은 분분 빗줄기가 나리는 서늘하다 못해 추운 날씨이다. 여기에서는 모기도 기운이 없어 비실거리면서 날아다니다가 매섭게 후려치는 나의 전기모기채에 유명을 쉽게 달리한다. (요즘 내가 유일하게 하는 스포츠 같다) 

지난 한 주를 온전히 아이 시험에 신경을 쓰고 살다가 주말이 되니 기운이 빠져서 오늘 낮에는 낮잠을 길게 자버렸다. 어떤 생신적인 일을 해야 한다던가 혹은 하고 싶다던가 하는 그런 의욕 자체가 없는 상태로 토요일을 보내고 나니, 어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한다. 사실 교과서 프로젝트 건도 있고, 다음 학기 일정도 짜야하는데, 아이 난 몰라하고 아예 손을 놓은 날이었다. 다만 다섯 식구가 알차게 벗어놓은 빨래더미를 세탁하고 건조기 돌려서 정리하는 일만은 겨우 했는데, (이것마저 안 하면 다음 한주 동안 매우 곤란한 대환장파티; 엄마 수건 없어, 팬티 없어, 자기야 양말 없어 etc. 가 펼쳐지므로) 빨래를 정리하면서 둘째와 함께 넷플릭스의 '굿 닥터'를 보기 시작했다. 

이 시리즈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는 풍문으로 듣기는 했으나, 이것을 보자 하는 마음이 든 것은 둘째가 앞으로의 진로를 '의료계'로 내심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도 한국처럼 의대를 가려면 학교 내신이 많이 뛰어나야 한다. 어찌 의대에 진학해도 대학 1년 차에 거의 50퍼센트의 학생들이 과락을 경험하고 떨려 나가게 된다. 쉽지 않은 길이다. 아이는 흥미가 생겼으니 내 보기에 노력을 하는 것 같기는 하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암튼, 자폐스펙트럼의 의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굿 닥터' 시리즈를 몰아서 3개 정도를 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서번트 증후군의 주인공은 부모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학대받고, 그나마 방패막이 되어주었던 친동생을 사고로 잃는다.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기억들이 교차로 나오고 현재의 주인공의 의식세계를 보여주면서 드라마는 진행된다. 이 드라마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한국드라마;굿 닥터를 리메이크한 미국 드라마'라고 나온다. 2017년에 첫 시리즈가 나오고 2024년에 일곱 번째 시리즈로 마감이 되었다고 한다. 

오. 흥미롭다. 역시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이 시리즈에 한국어 자막이 제공되지 않아서 여러 낯선 의료용어가 완벽하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전체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젊고 핸섬하지만 사람 사이의 세심한 관계를 조율하는 데 젬병인 주인공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는 매력적이다. 실제에서 맞닥뜨리면 아마도 심히 괴롭겠지. 그럼에도, 이야기나 드라마가 그려내는 따뜻한 마음씨의 캐릭터들은 실상이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적잖은 위로를 준다. 사람들이 그래서 꾸준하게 드라마를, 또 이야기를 보고 읽고 하는 것이겠고. 

암튼, 시리즈 7까지 볼 드라마가 생겼다. (길모어걸즈 이후 처음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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