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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J Jul 14. 2024

아빠의 이야기 01

좌충우돌 초년기

나는 누구인가? 

나는 1946년 12월에 충남 보령에서 2남 4녀 중 장남으로 출생하였다. 

유년 시절을 천진하게 논두렁 밭두렁에서 뛰놀며 보냈고 나머지 공부는 단골로 맡아하는, 공부는 못하고 운동은 좋아하는 아이였다. 초등 3학년 때부터 축구와 높이뛰기 선수를 하며 공부는 뒷전이었던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말 담임교사인 신모 선생으로부터 “넌 그 실력으론 중학교에 못 간다”라는 말을 수시로 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난 중학교에 꼭 가고야 말리라!”를 가슴에 다지며 논두렁 길을 내달렸다. 

다음 해 나는 무사히 필기시험을 통과하여 D 중학교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러나 중학교 3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축구와 각종 구기운동을 하며 놀며 지내다가, 고교입학시험을 뜬금없이 D 공업고등학교 자동차공학과에 지원하였다. 그러나 입학시험 마지막날 새벽 연탄가스 중독으로 만점을 받아야 합격되는 체능검사 턱걸이 점수를 영점으로 받는 바람에 점수 미달로 불합격하고 말았다. 그 이후 진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가 숙부님의 직장 연고 지역인 충남 장항읍 소재 J 고등학교에 편입학하여 지상천국 같은 학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각자가 내로라하는 사고뭉치 친구들과 선배들이 득시글거렸던 정글 같은 학교에서 매 쉬는 시간마다 서열싸움이 벌어졌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생 신분을 저버린 행동들도 서슴치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숙모님께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를 드려 결국 숙모님이 나의 부친께 이실직고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J 고교 시절은 한 학기를 채 견디지 못하고 끝이 나고, D 실업고교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 전학수속 중 D 실업고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학생은 우리 학교에서 받을 수 없다는 모욕적 언사와 함께 전학서류가 공중으로 서너 번 날아가는 모습과 그것을 서너 번도 넘게 주워다 놓는 아들을 보다 못한 부친께서 나를 불러 전학이 종내 허락되지 않으면 집에 오지 말 것을 주문하셨다. 

난 그때서야 아, 그 집은 나의 집 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의 영원토록 끝날 것 같지 않은 훈시가 끝나고 나는 어느덧 어떤  반에 배정되었다.

그날 그 시간부터 나는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시작으로 2년간 묵언수행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고3 어느 일요일에 교내 순찰 중이시던 차모 원예 선생님께서 혼자 앉아 공상 중인 나에게 지나가듯 한마디 말씀, “네가 제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렴. 난 네가 잘하는 것이 체육 분야로 보였는데 아닌가? “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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