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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혜미 Dec 25. 2020

1-0 이민은 아무나 가나?

이민 총정리 : 뉴질랜드 교육이민, 싱가포르 취업이민, 호주 은퇴이민

이민은 마치 갓난아기처럼 새로운 것을 재미있게 배워가는 사람에게 기대치 않은 큰 선물을 가져다준다.

다만 목적이 확실해야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수용하는 것에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이민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아는 사람들이 가야 한다.


25년간 뉴질랜드, 싱가포르, 호주 3개국에서 해외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이민자들을 만났다. 자신의 고국을 떠나 이민을 온 이유도 사람마다 너무나 다양해서 그 사연을 듣는 것만으로도 몇 권의 충분히 책을 쓸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자녀교육,  취업이민, 투자이민, 결혼이민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해외에 장기거주자 혹은 이민자로 사는 이유도 우리와는 많이 다른 목적과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유럽 등의 고소득자에게 세금이 많이 부과되는 나라에서 선진국이지만 세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부과되는 싱가포르로  절세를 위해 이민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공산국가에서 정치와 이념이 맞지 않아 나라를 이동하는 경우,  특정 종교를 국가가 강요하는 경우 종교의 자유를 찾아 이민을 택한 사람, 자신의 탤런트나 기술을 인정해 주는 나라로 이주하는 사람, 가족뿐만 아니라 일가친척의 생계와 교육비를 책임지기 위해 개발도상국에서 노동자로 취업했다가 운이 좋아 현지인과 결혼한 사람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를 가지고 이민을 한 사람은  뉴질랜드에서 만난 유럽 출신의 남성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적한 곳에서 해양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뉴질랜드에 취업을 왔다가 해양스포츠의 매력에 빠져 이민자가 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목적의 이민자들을 만나면서 나는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정말 나는 '교육이민'을 위해 뉴질랜드라는 나라를 잘 선택한 것인가?


 내가 아이와 함께 교육이민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88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해외 출장이 잦았던 남편의 영향이 컸었다. 대기업의 엔지니어링 회사에 해외영업부서에서 일하던 남편의 해외업체와의 회의와 해외건설수주를 위해 1년에 반 이상은 해외 출장을 다녔다. 해외에서 경험한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줄 때면 한국과 다른 넓은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발동했고, 곧 다가올 정보화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갈 지에 대한 강박감이 엄습하기도 했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대우그룹의  고 김우중 회장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등의 책 들을 읽으며,  한 나라에서 평생 같은 패턴의 삶을 살다 죽는다는 것은 기회손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소설이나 영화를 보면서 그 속에서 발견하는 정말 다른 세계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일단 몇 나라를 비교해보며 이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워낙  열심히 회사일을 하는 남편은 이민에 대해 흔쾌히 호응하지는 않았지만, 미래의 변화를 준비하는 비상구(?)로서의 이민의 필요성과 자녀교육을 중점으로 오랜 시간 남편을 설득했다.  그의 경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뉴질랜드는 아주 무난한 조건으로 아시아의 기술자들에게 문호를 열기 시작했으므로 남편의 경력으로 기술 이민을 신청하여 비교적 쉽게 뉴질랜드의 임시 영주권을 받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비자를 받았어도 이주까지 4년여 유예기간이 있었기에 우리는 뉴질랜드를 매년 답사하며 그곳에서 남편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지 연구해보았다. 그러나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그 나라에서 화공을 전공한 남편은 전공분야의 직업을 얻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남편은 이민자로 살면서 자신의 전공을 포기하거나, 원치 않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중요한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 4년을 기다리다가  1996년 말  중학교 1학년을 막 마친 딸아이와 단 둘이 뉴질랜드로 떠나기로 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할 때 시점인 10년 뒤에 다시 만나서  같이 살 것을 기약하며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남편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계속하면서 살기를 너무나 원했기에, 나는 아이와 새로 개척해야 할 뉴질랜드 생활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기대하며 철저한 준비를 하고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남편과 헤어져 산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뉴질랜드의 자연과 교육환경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기회는 원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열려있다고 나는 믿는다.  4년 동안 영어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원칙들을 하나하나 정해 나갔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마다 보기로 하고 한 번은 한국에서 또 한 번은 뉴질랜드에서 만나기로 했다. 남편은 회사일을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고 무난히 승진도 하며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오클랜드 생활에 적응을 하기 위해 아이와 함께 현지인의 집에 홈스테이를 하면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때 너무 많은 한인들이 같은 도시에 몰려들면서 한국 슈퍼 등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생활이 편리해졌지만, 반면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영어를 익히기에는 썩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그래서 1년간의 현지인 가정생활을 통해 뉴질랜드에 대해서 파악하고 난 후,  웰링턴이라는 낯선 도시로 주거지를 옮기기로 결정을 했다. 외국에서 한 번 익숙해진 도시를 떠난다는 것은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교육이민’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으로의 이동은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오클랜드와 달리 적은 숫자의 한인이 사는 곳이다 보니,  생활에 불편한 점도 적지 않았지만 정말 외국에 이민을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도시로 이동했다는 것이 지금도 잘 한 선택이라고 확신한다.  


  이민자가 거주 환경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선택의 기준이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 부모의 직업과 연관성이 있는 지역  혹은 자녀를 위해 명문 사립학교가 있는 도시와 학군을 우선순위에 둘 수 있다. 아니면  도움받을 지인이 있는 곳 혹은 선호하는 기후조건이나 주거비용 등을 고려해야 할 경우도 있다. 자신의 목적과 여건을 고려해 가장 합당한 곳을 찾아내려면 자신의 상황과 성향 그리고 현재의 상태를 가족과 함께 조율하여 적응에 무리가 없는 곳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누구나 어떠한 조건을 갖추면 이민을 떠날 수 있지만, 이민생활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을 성취하려면 미리 많은 것을 리서치해야 한다. 특히 최악의 경우까지도 생각해 보고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나중에 후회가 없으며,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가까운 지인의 권유와 충고만을 참고한다면, 때로 인간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한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 목적을 위해 다른 것을 얼마나 희생할 수 있는지 먼저 계산을 해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TIP. 

나라와 지역 선택 

-이민의 목적을 명확히 한다. 

-해외생활에 있어서 자신이 어느 부분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 단기간 거주를 통해서 미리 테스트해 본다.

-각 영역에서 장 단기의 목표를 정해서 단계별 계획을 세우고 점검한다.

-주거지, 학교, 직업 등의 선택에 있어서 가족끼리  대화와 소통을 통해 공통분모를 찾고 편향됨 없는 합의를 이끌어 내어  신중한 결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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