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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혜미 Dec 25. 2020

1-1.미래사회를 경험하기 위한 기회로서의 해외생활

다른 나라들은 우리와 어떻게 다르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뉴질랜드의 동네 바닷가의 광경이다. 수영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독서하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 썬텐하는 사람,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 개와 산책을 하는 사람....  각기 다른 행동을 하면서 같은 공간에서 바다를 즐기고 있다. 새는 먹이를 찾아서 동분서주하고 있고, 파도에 쓸려온 나뭇가지들도 모래사장에서 사람과 함께  일광욕을 하고 있다. 한국의 해운대에 똑같은 파라솔이 줄 맞춰 세워져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살아본 적이 없는 새로운 나라로 이동한다는 것은 과거에 습득한 삶의 기술과 지혜의 효용성을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한 나라에서 교육받고 성인 되기까지 살아오면서  그간 진리(?)라고 믿고 꼭 붙들어  왔던 가치들을  백지화시키고,  하나에서 부터 열 가지를 새롭게 배워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마치 어린 아기가 태어나 언어와 문화를 하나하나 배우며 성장하듯 말이다. 기존에 알고 행동 해왔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허물어 버리고 마치 새로운 집을 짓거나 집의 외양은 그대로인데 마치 내부를 완전히 리노베이션을 하듯이 교체해나가는 과정에서 심한 저항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특히  다양성보다는 획일성을 우선하는  유교 문교권의  영향을 받고 성장한 사람들은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가는 다양성들을 수용하기 힘들 때도 있다. 이를 두고 ‘문화의 차이에 적응하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거부감이 느껴졌던 부분도 그 문화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자연스럽게 삶에 스며들게 되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은 것들을  이해하게 되고 또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한 나라 혹은  두 나라에서 만 살아 볼  것이 아니라 세 나라 이상의 나라를 경험해야 객관적인 판단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발상이 존중받고 또  논리가 통하는 사회 그리고 개인의 선택의 스펙트럼이 비교적 넓은 사회에 적응하여 살다 보면, 어느 순간에 획일적인 유교문화권 속으로 다시 들어가 생활할 때 어딘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을 경험한다. 마치 자신에게 맞는 옷을 스스로 선택해서 입다가 누군가가 선택해준 옷에 자신을 맞추는 것처럼 불편함이 느껴진다. 법이 존중되는 나라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개인의 의사가 존중되는 나라인  뉴질랜드, 그러나 인구가 적어서 전문가가 많지 않고 한국에 비해 일처리 속도가 엄청나게 느리다.  그와 달리 전혀 다른 시스템을 가진  싱가포르로 이주해 오면서 특히 논리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을 일상에서 겪을 때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특히 부동산 렌트 계약에 있어서 대다수의 외국인들이 다반사로 겪는 불공정한 사례들은 싱가포르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특히 소비자 보호법도 다른 나라에 비해 부실하다. 어쩌면 준법을 강조하는 엄격한 나라라는 선입견 때문에 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 일까? 만약 홍콩이나 중국에 살다 왔었다면 아무렇지도 않을 일이 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는 뉴질랜드보다 빠른 속도로 처리되는 일들이 많았고, 글로벌 도시 국가로서의  효율적인 시스템  신속하게 작동되고 있었다. 국가가 한 번 약속한 부분은 대부분 지켜지고 있었고, 일부의 청년들을 제외하고는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강한 신뢰도는 부러우리만큼 정말 대단했다. 인재육성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지원의 특혜는 부모가 재정적으로 넉넉지 않아도 자신만 똑똑하면 장학금에 해외유학의 길이 열려있는 나라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아시아권으로  한국의 국격이나 한국인에 대한 존중은 백인 중심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소외되고 손상되었던 자존감을 회복시키기에 충분했다.  


전통적인 가치관이 붕괴되고 4차 산업사회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시점에서 변화하는 미래에 잘 적응하려면 다양한 나라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려면 다른 나라들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으며,  다가올 미래를 위해  어떤 산업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교육의 방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 기술을 사 오려면 그만큼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데 선진기술에 대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자하느냐에 따라서 그 나라의 미래가 달라진다. 그동안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선두를 달리며 주목받을 수 있었던 분야 들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안목과 더불어 장기적인 정책과 지원, 그리고  아낌없이 자신의 삶을 쏟아부은 각 분야의 인재들의 숨은 노력들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과연 앞으로도 이러한 것들이 지속될 수 있을까?


땅이 너무나 넓고 자원이 풍부해서 애쓰지 않아도 자손만대가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나라 호주, 인구와 국토는 작지만 외교에 능하여  적이 없고, 자신들이 장점과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그에 맞는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차질 없이 실행하는 나라 싱가포르, 청정지역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자연보호를 하면서도 나름대로 개성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며  인권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사는 나라 뉴질랜드....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슬로건을 가지고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걸까? 우리의 젊은이들은 어떠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걸까?


호주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은 대부분 워킹 홀러데이로 호주의 농장에서 과일을 따는 일을 하고 있었다. 시간당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건비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꾸준히 모아 목돈을 마련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농사일을 전혀 해 본 적이 없었던 청년들 중에는 요령 없이 몸을 사용하다가 허리를 다치거나 몸이 많이 상해서 귀국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국 청년들은 호텔이나 식당에 인턴사원으로 취업한 청년들이 많았는데 그들 중에는 인디아나 필리핀 청년보다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값싼 인건비를 받으며 고된 노동과 값싼 인건비에 그리고 열악한 숙소에서 지내며 계약이 끝나는 날만 기다리는 청년들도 꽤 있었다. 구체적인 준비 없이 막연히 떠난 해외 취업에는 여러 위험요소들이 있다. 에이전트가 가르쳐 주지 않는 중요한 정보와 계약내용, 부모로 부터 비상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평소에 배우지 못한 점, 자신의 몸과 마음이 새로운 환경에 얼마나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한 경우,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르는 점, 영어뿐만 아니라 예의, 매너, 생활력, 문제 해결 능력, 외로움의 극복, 인간관계 등에 대한 미숙함 등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기술력과 두뇌 좋고  열정과 패기와 아이디어가 넘치는 한국인의 이미지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해외 취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시켜야 하는가?  국민 모두 지혜를 모아서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들을 위한 국가경쟁력 향상에 대한 전략과 장기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문화, 예술, 스포츠, 의료, 과학 등 그동안 이루어 놓은 각 분야의 토대를 바탕으로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을 가지고 국가와 개인이 연구하여 제대로 된 설계도를 먼저 그려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들이 우선 되어야 우리는 함께 한국의 미래를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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