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랑, [People & Love]
프리소울시스터즈 'FSS(Free Soul Sisters)'
한국에서의 나는 주로 추구하는 삶과 목적을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입장에 서있었다. 사회에서 해줬으면 하는 것에는 반감이 많이 들었고 (예를 들면, 수직적인 회사와 승진, 결혼, 집안 제사 등이 그렇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에는 열정이 넘쳐났다. 이에 대한 합리적인 나만의 이유를 만들어야만 했다. 해야 하는 것에 대한 하기 싫음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이유를 말이다. 늘 상대방을 이해시켜야 하는 경우가 삶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그런 사회가 맞지 않다는 이유와 호기심과 열정이 많은 사람일 뿐이라는 건 그들에게 충분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필자도 그들이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시대가 많이 변하였을지라도, 암묵적으로 각 나이대별 이뤄야 하는 게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결혼, 취직, 내 집마련, 안정적인 삶 등이 대표적이다. 필자는 그것을 전형적인 한국사회라고 일컫는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책에서 하완 작가는 이를 언급하며 '인생매뉴얼'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하완작가님이 말하는 인생 매뉴얼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여겨지는 인생매뉴얼도, 직장에서 주어지는 업무매뉴얼도 싫다. 싫은 이유는 명확하다. 왜 그것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완벽한 삶 또는 업무의 방향을 위해서라면 꼭 완벽해야 하는 거냐고 되묻고 싶다. 완벽하게 살아야만 하는 거냐고 말이다. 위법사례를 다루거나, 감사 혹은 감사처리와 관련된 업무나 문제들은 칼같이 완벽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외에 사회에서 정한 매뉴얼,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하는 업무매뉴얼 등은 조금 느슨해져도 되는 거 아닌지 궁금하다.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 몇 가치관, 문화에 놀라고, 또 경악할 때도 있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직장 내 상하관계, 학벌중심, 학연지연' 등이 있다. 아직도 말이다. 사회에 나오기 전까지는 같은 세대들 사이에 있기에, 이 모든 것이 몸으로 와닿지는 못했다. 본격적으로 직장에 들어선 후, 간접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을 하기 전까지.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으며 느꼈다. 이미 이 사회에 적응된 사람들 속에 있다 보면 가끔은 문득 스스로에게 의구심을 품는다. ‘내가 특이한 걸까?, 너무 방어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걸까?, 청개구리인가, 그냥 한국사회와 맞지 않는 인연인가.’ 남들에 대한 물음도 속으로 물어본다. ‘이들은 그 삶을 만족하는 걸까, 왜 저 발언에 끄덕이는 걸까?, 얼토당토않은 상황을 왜 받아들일까?’ 하고 말이다. 결국은 스스로 질문하고, 같은 답을 내린다. ‘이 사회일원으로서, 바꿀 수 없는 건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다면 지나치게 감정을 솔직히 내보이지 말며 바꾸자라고.'
그럼에도 다행인 건, 그동안 불편하게 느꼈던 사회에서의 감정을 그대로 혹은 더 격한 감정으로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행을 하면서 능동적이고, 독립적인 한국인들이 많이 있음을 보았다. 그들을 통해 용기를 얻고 응원을 받았다. 그중에 몇은 나와 같은 이유로, 외국으로 나와 원하는 삶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도 만났다.
한동안 긴 수험생활을 앞두고 부다페스트 여행을 혼자 뚜벅뚜벅 즐기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소중한 S 언니와 인연이 닿았다. 언니와 나는 서로 삶의 결이 비슷하다. 특히, 한국사회에 관한 생각이 많이 통하였다. 모든 부분이 비슷한 건 아니지만 같은 점에 있어선 함께 공감하고, 다른 점에 있어선 함께 신기해하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각자 가치관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공감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사이이다. 언니를 볼 때면 나, 언니, 우리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언니도 늘 나를 볼 때면 궁금해한다. ‘혜미는 나중에 어디에 있을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를 덮고 있는 알록달록한 다채로운 색상의 붓칠을 하나씩 걷어내다 보면, '?(물음표)'가 우뚝 서서 빛나고 있다. 서로 물음표에 대한 이유를 묻는 대신, 응원하고 힘이 되어주고 지금은 같은 꿈을 그리며 재잘재잘 원하는 행복을 나눈다. 일명, 프리소울시스터즈 ‘FSS(Free Soul Sisters)’이다.
처음이었다.
비슷한 가치관으로 살아오고, 흥미로운 삶을 꿈꾸고, 원하는 삶(필자가 바라던 삶이기도 하다)을 스스로 그려내고 있는 사람을 만난 건. 그동안 살아온 땅이 아닌 저 먼 곳 헝가리에서 만난 건. 언니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참 감사한 건 제2의 고향, 헝가리를 발견했다는 점이다. S언니와의 추억이 곳곳에 묻어져 있는 '언제나 빛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만약 이번 여정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책은 쓰게 된다면 첫 목차는 단연코 S 언니가 등장할 것이다.’ (라고 일기를 썼는데, 정말 언니가 이번 목차의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이것도 예정된 운명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