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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내 발목을 잡고 있던 한국

다시 혼자 떠나는 두 번째 해외여행

by 김혜미
Travel alone

사람들은 혼자 여행하면 외롭지 않냐고, 심심할 거 같다고, 나를 보며 신기해한다.

주변의 반응을 의식하기 전까지는 혼자 떠난다는 게 지극히 평범한 일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난 왜 혼자 여행하는 게 좋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지극히 평범한 일이 맞다는 점을 알면서도.


낯선 코로나라는 용어가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기 시작할 때 홀로 첫 유럽을 다녀왔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게 되며, 코로나가 일상이 되어 무뎌져 가는 즈음 다시 홀로 유럽으로 떠났다.


20211210, 원래 이 날에 떠나야 하는 게 맞았다. 갑작스럽게 '지금 아니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짧은 한 달이라는 시간에 출국을 준비하였고, 순조롭게 출국 전날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데, 떠나기 24시간 전에 발가락을 다쳤다. 밖에서 방방 뛰어놀다가 발목을 접질렸다면 덜 억울했을 거 같다. 평범한 집에서 냉장고 옆에 있던 쌀통을 받치는 선반 모서리에 나의 불쌍한 네 번째 발가락이 꺾이며 찧였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대수롭게 넘기고 있다가, 발가락이 잘 안 움직여져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불길한 마음을 억누르며 바로, 병원으로 갔다.


그렇게 해서, 나의 첫 깁스를 오랜만의 여행을 하루 앞두고 하게 되었다.

두 번째 유럽 여행,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KakaoTalk_20220606_082806605_01.jpg 절망스러웠다.


2021년을 통틀어서 가장 우울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평소, 스트레스가 쌓이면 밖에 나가서 하천을 아무 생각 없이 달리는 걸로 푸는 나였는데 그걸 하지 못하니까 너무 절망스러웠다. 끊임없이 현실 부정을 하고 싶었고, 긍정 회로를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깁스를 하고 돌아와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 주변 사람들의 말대로 가지 말았어야 했나'. '진짜 떠나지 말라는 계시일까', '항공권은 어떻게 하지' 등 모든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고 난 또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하나씩 하나씩 꼬인 일들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불행 중 천만다행으로, 항공권 수수료 없이 비행 일정을 변경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그래, 너무 급하게 떠나려고 했으니까 지금 계획을 좀 세워보자.'라는 심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여행지를 검색하고, 어딜 갈까? 찾아보며 루틴을 자세하게 세우기 시작하였다.

KakaoTalk_20220606_082806605_02.jpg 물론, 계획과 현실은 정말 달랐다.

우여곡절 많은 일이 얽히고 얽혀 나를 힘들게 했지만, 갑작스럽게 주어진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오히려 나는 깊은 생각을 하는 시간도 가지며,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결정을 하나씩 하며 쳐낼 건 쳐내며 꿋꿋이 나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벌써 미화되면 안 되는데, 미화가 완벽하게 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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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8개월 만에 맞이한 인천공항과 동생이 준 깜짝 편지

사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깁스를 한 주 더 해야 한다고 하셨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발가락 때문에 다소 찝찝하게 출국을 하게 되었지만, 동생이 택시 타고 지나가는 나를 발견했을 때 가방에서 주섬주섬 편지를 꺼내 건네주었을 때 감동적이었고, 더욱 여행을 잘 즐기고 와야겠다는 강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Merry Christmas In Europe!

KakaoTalk_20220606_082806605_11.jpg 내가 좋아하는 해리포터 영화
KakaoTalk_20220606_082806605_24.jpg 나의 첫 도착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KakaoTalk_20220606_082806605_25.jpg 이제 진짜 도착했구나. 포터의 여행기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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