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르비아야?
사람이 보고 싶어서, 세르비아로
평소 아무런 연고도 없던 나라를 여행하러 떠난 경험은 처음이었다. 물론 이전까지의 여행지들도 나와 직접적인 인연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많이 얽혀있었다. 런던, 파리 등 살면서 수없이 들어보며 접한 대도시들의 여행이 그러했다. 분명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고, 그곳에 지인이 사는 것도 아니었음에도 그곳의 랜드마크를 다 꿰뚫고 있었다. 부다페스트는 앞의 두 나라보다는 작은 곳이지만, 그럼에도 야경이 유명한 도시라는 강렬한 인상이 남아있었다. 아무튼, 이런 대도시를 여행할 때면 이미 머릿속에 그려진 랜드마크를 직접 두 눈으로 담고 돌아온다. '그동안 교과서, TV 화면을 통해 수없이도 배운 에펠탑이 내 눈앞에 있구나.', '여기가 스파이더맨에 나왔던 타워브릿지구나.' 나도 모르게 세계의 유명한 랜드마크가 머릿속에 많이 입력되어있었고, 덕분에 세계를 여행할 때도 알고 있던 곳을 직접 확인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유명한 도시들을 위주로 여행을 다니던 내가 이번만큼은 '아무런 연고가 없는 나라'도 가보기로 결정했다.
머릿속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는 나라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사람'만이 떠오르는 나라, '세르비아'로 떠나기로 했다. 나의 튜터를 알기 전까지는 세르비아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2년 전,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 해외여행의 발길이 끊기고, 대부분의 모임이 제한되기 시작하면서 나의 대학생활이 집에서 무미건조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때, 영어 공부라도 하면서 외국 여행하는 기분을 내보자라는 단순하고 귀여운 생각으로 영어 화상 강의를 무작정 끊었다. 그리고 그때 이어진 인연이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끈끈한 실타래로 연결되어있다. 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튜터에게 나중에 세르비아에 가면 여행 가이드해달라며 서로 미래를 그렸다. 그런데 그 미래형이 충동적인 나의 결정 덕분에 앞 당겨져 현실이 되었다. 비록, 온라인으로 대화하며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몇 안 되는 튜터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세르비아에 가보고 싶다고 결정한 이유는 이들이 이렇게 좋은데 그 나라는 어떤 곳이길래라는 궁금증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라는 낯선 나라에 발을 내딛게 된 건 온전히 이들 덕분이다. '사람'으로 인해서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나라가 궁금해진 건 처음이라, 별 고민 없이 세르비아 여행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