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괜찮다면 내일 파티하는데, 올래?
티모시 샬라메 닮은 카페 종업원
'이제 커피 마시러 가자.' 아무런 걱정 없이 여유롭게 노비사드의 길을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 다니다, 이젠 쌀쌀한 날씨를 못 이길 거 같아서 커피 한잔 마시며 잠깐 몸을 녹이려 했다. '어디든 실내에 자리만 있으면 돼.' 그렇게 길거리를 걷다가 정말 우연히 아담한 카페를 발견했다. 아담한 외관의 카페보다도 내 눈 안에 들어온 건 카페 종업원의 눈웃음이었다. 그 순간 '와, 왜 이렇게 잘생겼어?' 제발 이 속마음이 내 얼굴로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묻고 따지지도 않고 종업원에게 안에 자리 있냐고 물어보았고, 지금은 없지만 30분 뒤에 오면 있을 거라고 이따 다시 올 수 있겠냐는 답에 흔쾌히 알겠다 하며 쿨한 척 카페에서 나왔다.
쌀쌀한 밖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터라 평소 같았으면 다른 카페를 찾아 바로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티모시 샬라메가 떠오르는 얼굴을 가진 종업원의 눈웃음과 유쾌한 톤을 만난 이상, 못 본 척 그곳을 지나칠 수 없었다. 결국 추위를 이겨내며 30분가량 서성이다가 다시 티모시 샬라메(앞으로 이 친구를 샬라메라고 부르겠다.)를 보러 갔다. 샬라메는 날 발견하고는 아직 자리가 꽉 찼다는 말 대신 제스처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아니면 내 친구랑 안에서 마실래? 지금 친구도 와 있거든"라고 제안해 주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소개받은 더 처음 보는 사람이랑 카페 안에서 대화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워서 괜찮다며, 밖에서 마시겠다고 했고, 어쩌다 보니 그 친구가 밖으로 나와 다 함께 추위를 이기며 테라스에서 껄껄 웃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앞으로도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면 어딜 가든 테라스 자리에 있으면 될 거 같다. 자연스레 웨얼알유프럼부터 대화가 시작될 테이니깐.
참 신기하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혼자 카페를 가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바로 대화를 건네기는 쉽지 않고 설상 그런 사람이 있다면 부담스러움과 동시에 거부감부터 느끼게 된다. 하지만 외국만 나오면 한국에서 불가능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다 용납되어 가능해진다. 외국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허용되는 부분이 참 많아지니, 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짜릿함을 느끼고, 행복을 느낄 수밖에. 다만, 이로 인해서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그때마다 모든 선택의 책임은 내게 있어서 어떤 선택을 해야 잘했다고 여겨지는 건지 고민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잦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번에도 외국에서만 허용되는 특이한 상황 덕분에 어느새 잘생긴 샬라메와 그 친구, 그리고 그들에게 참 낯설었을 여행자 '나'는 함께 어울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순간이 내게 찾아왔다. 만난 지 겨우 한 시간쯤 됐었을까?
"내일 시간 되면 파티에 올래? 샬라메 집에서 할 거야. 너만 괜찮다면!"
처음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고, 아 파티하는구나, 재밌겠다고 생각하고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어째 대화의 흐름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싸한 느낌이 들더니, 알고 보니 나에게 물어보는 말이었던 거다. "아, 나? 내가 파티에 올 수 있냐고?!" 원래 파티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초대받는 건가. 심지어 샬라메랑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거부할 이유는 없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가로막고 있었다. 이 친구들이랑 내일 파티를 즐기고자 한다면 베오그라드로 돌아가서 만나기로 한 친구와의 선약을 깨야만 했다. 아니면 무리하게 새벽부터 베오그라드로 이동을 하거나, 뭐 이런 난처한 상황을 잠시 겪게 되었는데 그래도 꼭 만나고 싶었던 친구였기 때문에 정중하게 거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의 첫 파티 초대장을 내 발로 눈물을 머금고 날려버렸다. 그래도 그 순간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던 건 '앞으로 여행할 때 한 지역, 나라에 머물 날을 정해두지 말자.'였다. 내가 놓친 순간처럼 언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그 지역이 내 마음에 더 들 수도 있으니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들과 헤어졌지만 가끔씩 들여다보는 그들의 sns를 통해 소식을 종종 전해 들으면서 그들의 유쾌함을 멀리서라도 느낄 수 있게 되어 만족한다. '안녕, 나의 첫 파티 초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