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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나라는 어디인가 여행 1탄, 잠시 종영

2탄을 기대하고, 기다리며

by 김혜미

"스스로 선택하고 상황을 움직이는 변화의 순간 같은 게 있는데, 그게 인생에서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아름다운 순간 같아요. 그것이 슬픔을 동반하든, 고통을 동반하든, 희열감을 동반하든, 자기가 결단을 내리는 것. 저는 그런 결기가 너무 좋아요. 그래야 자기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것 같고, 괜찮은 어른으로 성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경선 작가님-


이 글귀를 보고 나를 떠올려 준 S언니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번 여행 에세이를 마무리지으려고 한다.


'내 친구의 나라는 어디인가' 여행 1탄 잠시 종영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방송을 통해 꿈꿔왔던 나의 여행 테마, '내 친구의 나라는 어디인가'를 무사히 안전하게 마쳤다. 이전까지의 여행과 다른 다소 새로운 방식으로 나만의 여행을 만들어 갔던 3주였다. 때마침, 12월이 전해주는 특유의 따뜻함과 설렘이 더해져서 더욱 다채로웠던 순간들이었다. 사실, 떠나기 직전까지 많은 일이 있었고, 정말 이대로 떠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고민이 오는 순간도 여러 차례 있었다. 어떻게 할까? 하며 핸드폰 갤러리 속 이전 여행사진들을 뒤척이다가 즐겨찾기로 하트가 눌러져 있던 몇 년 전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여행 작가 안시내 작가님께서 나의 질문에 대해 남겨주신 답변이었다. '혼자 세계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왜 이렇게 주저하게 되는 걸까요?'라는 스무 살의 어린 내가 보냈던 질문에 대해, "내려놓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거니까 누구에게나 주저할 만한 일인 게 분명하다, 어쩌면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때, 혹은 모든 걸 잃었을 때 갑자기 큰 용기가 생길 거라고, 누구에게나 시기는 있고 찾아올 거라고 믿는다."는 응원을 해주셨다. 미래를 보았던 것인지, 나중에 이 응원이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는지 작가님의 답변을 그대로 캡처해두고, 하트를 꾹 눌러놓았다. 덕분에 마음을 굳게 잡을 수 있었다. '그래! 더 많은 걸 내려놓기 전에 떠나자.'라고. 이왕이면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러, 연고가 없던 나라로 한 번 떠나보자고! 그래서 떠나게 된 세르비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이 두 나라만 가기에는 다소 아쉬워서 급하게 세르비아와 가까운 나라를 찾던 중 눈에 띈 헝가리까지, 3주간의 이 3국의 여행은 완벽에 가까웠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이지, 완벽했다. 이번 여행!!!"


헝가리, 그냥 잠깐 들를 곳이었다. 이곳보다는 다음 나라인 오스트리아가 더 기대됐던 터라 아무런 감흥 없이 도착했던 헝가리에서 처음 느껴보는 타국에서의 편안함과 이전에 여기서 살았던 것 같은 포근함을 경험했다. 마침내, '살고 싶은 나라'를 찾았던 것이다. 살고 싶은 나라를 찾는 게 꿈이었는데 말이다.


세르비아, 온라인 튜터링으로 1년 넘게 알고 지내던 튜터이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떠난 곳이었다. 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참 뜻깊고 이색적이었던 만남의 여행이었다. 함께 있으면서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며, 꿈같다며, 이게 가능하구나를 몇 번이고 주고받으며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한층 더 가까워진 우리들. 나의 첫 '내 친구의 나라는 어디인가, 세르비아 편'이 성공적으로 완성되었다.


우크라이나, 대학교 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난 M을 만나기 위해 간 곳이었다. 한국에 관심이 많아 한국에 와서 일하고 싶은 M과 반대로 한국을 떠나 외국생활을 진득하게 하고 싶어 이번에도 역시 하늘 길에 홀로 올라선 나의 조합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한 가정과 함께 보낸 특별한 연말과 새해, 그리고 이들이 나누어준 사랑을 잔뜩 받으며 '내 친구의 나라는 어디인가, 우크라이나 편'이 마무리되었다.


결론적으로, 하늘 위에서 3주간의 여행을 반추해보며 나의 선택이 2021년에 했던 다양한 일들 중 가장 잘한 선택 중 세 손가락에 꼽는다는 연말정산을 내렸다. 또, 앞으로도 스스로 선택하며, 용기를 내어 결단을 내려 인생을 후회 없이 사는 괜찮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위한 선택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를 위한 다음 선택은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파랑, 보라, 주황빛 하늘 위에서 유독 생각이 많아져 끄적여 본 메모로 정말, 정말이지 애정이 듬뿍 담긴 '내 친구의 나라는 어디인가' 여행을 종영하려고 한다, 잠시 동안만.


잠깐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잠깐 하늘 위에 떠있기만 해도, 잠시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만 해도 내가 여태 살고 있던 땅은 아주 조그마한 곳임을 깨닫는다. 그 작은 땅에서 항상 무언가를 이뤄내려 하고, 누군가와 경쟁해야 하고, 나를 내세울 종이 쪼가리를 얻기 위해 힘써야 하고, 힘들어하고, 우울해하기도 한다. 기억하자, 한국에서의 나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에 속한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나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고,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를 향해 어떠한 기준으로 잣대 세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 다짐을 잊으려고 할 때쯤 꼭 다시 하늘 위로 떠날 것을!

2탄을 기다리고, 기대하며 1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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