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장 잘한 선택
어느새 숙소 1위는 넓은 수영장
큰 시험을 앞두고 몇 개월을 훌쩍 지나, 결승점을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었다. 공부에 가속도를 붙여야 할 즈음의 한여름, 한길을 향해 잘 달려오다가 잠시 멍하니 현재 내 모습을 살펴보았다.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공부를 하고, 타자기를 두드리다가 아침을 먹고, 다시 도서관에 9시까지 맞춰 가서 6시까지 하고 돌아와 집에서 쉬다가 잠이 들거나 다시 공부하고 눕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한창 뜨거운 햇살과 길어진 해의 시간을 즐겨야 할 '열정의 계절, 여름'에 말이다. 그러다 다소, 충동적으로 항공사 사이트에 들어가서 몇 번의 클릭으로 베트남 ‘나트랑’으로 향하는 항공권을 끊어버렸다. 시험이 끝난 바로 다음 날, 11월 13일 베트남 나트랑 행 항공권을 내 손에 쥐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정말 잘한 선택이었고, 그해 들어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시험이 대략 3~4달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티켓을 끊고, 떠나는 11월이 오기 전 매일 밤, 그동안 고생했던 나를 위한 최고의 숙소를 선물해 주기 위해 열심히 숙소를 찾다 잠들었다. 핸드폰의 작은 화면으로 숙소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겨운 순간이었다. 공부가 정말 하기 싫은 어느 하루는 밤에 숙소를 찾고, 여행 정보를 찾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며 마음을 다잡을 정도였으니.
이번 숙소 선정 기준은 이전과는 매우 달랐다. 전에는 숙소라는 곳이 잠만 자는 공간에 불과했기에 무조건 저렴한 곳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제 나는 물을 좋아한다. 더군다나, 넓은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배우고 있는 ‘수영’이 기존 여행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어 주었다. 나도 모르게 넓은 수영장을 원하고 있었고, 숙소 옵션에 수영장부터 체크해두고 있었다. 이번 베트남 여행은 나트랑에서 3시간 30분~4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무이네'라는 작은 지역에서 1주일 동안 지냈다. 다른 지역은 모르지만, 확실한 건 나트랑과 무이네는 원 없이 수영을, 후회 없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였음은 틀림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숙소 선정 기준 1순위는 ‘넓은 수영장’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번 ‘물 여행’을 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