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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네에서 보낸 3일

청량한 물속과 포근한 선베드 위에서 보낸 나날들

by 김혜미
무이네에서 보낸 3일

예상 도착 시간보다 1시간이나 더 빨리 무이네에 도착했다. 미리 새벽에 연락을 드려 이른 체크인 허락을 받았었지만, 숙소에 도착해 보니 아직 방이 준비되지 않아서 오전 9시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뭐, 로비에서 눈이라도 붙일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어둑어둑하고, 약간은 습한, 얼른 아침이 기다려지는 로비에서 잠시 눈을 붙인다는 게 푹 잠이 들어버렸다. 일어나 보니, 이번 여행 메이트였던 남동생이 방금 일출 정말 예뻤다며, 밖에 나가보라며 들떠있었다. 이렇게 해 뜨는 모습에 감동받고 사소한 것 하나에 기분 좋아지는 동생의 모습을 보며 저절로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곧바로, 동생의 사진을 담아주고, 혹시나 '방이 준비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다시 리셉션으로 돌아가 물어보았다. ‘저.. 우리 체크인 빨리할 수 있어...?’ 다행히도, 예상 시간이었던 오전 9시보다 훨씬 이른 오전 6시 즈음 폭신폭신한 흰 침대 커버를 맞이하게 되었다. 해가 뜨기 전, 숙소 창가 너머로 보이는 빛나는 물을 보기까지는 몇 시간 더 자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떠오르는 해가 비춰 더 반짝거리는 물을 보고는 도저히 침대에 가만히 누워 눈을 붙일 수 없었다.


결국,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수영복으로 후다닥 갈아입고, 신나게 수영장으로 향했다. 몇 달 전부터 머릿속으로 몇십 번이고 그렸던 바다와 야자수를 바라보며 수영하는 내 모습이 현실이 되었다. 들뜬 마음과 함께 한국에서도 새벽 수영을 해본 적 없던 내가 무이네에서 첫새벽 수영을 즐겼다, 원 없이. 그 순간이 오랜 꿈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생각의 꼬리를 물고 있어 머리가 지끈거리게 되는 익숙한 땅에서 벗어나, 낯선 땅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는 이 순간을 천천히 만끽하는 것. 한국이 추울 때 더운 여름 나라로 가서 다시금 여름을 경험하는 지금, 흔들리는 야자수와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물에서 수영을 즐기는 그 순간 말이다.


무언가에 홀린 듯 수영을 즐기다가,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면 잠시 수영복에 젖은 물이 날아가길 기다렸다가 옷만 대충 껴입고, 조식을 먹으러 간다. 그리고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하다 다시 바다로, 바다에서 숙소로 오는 길에 다시 수영장으로, 출출하면 잠깐 선베드에 누워있다가 과자나 음료를 입에 넣어두고, 글을 쓰고, 멍을 때린다. ‘아, 조금 덥네?’ 싶으면 또 물속으로 들어가 평영을 하며 즐긴 다음, 다시 선베드로 올라와 푹 쉰다. 철저한 욕구만 따라 보낸 하루가 모여 무이네에서 소중한 3일의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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