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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미 Feb 07. 2019

내가 만들려는 동네책방의 모습은

나만의 서점 콘셉트 정하기


요즘 동네책방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다양한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나도 이제 나만의 서점을 만들기 위한 콘셉트를 구상해야 한다.


원래는 회사만 그만두면 동네책방 투어를 하며 벤치마킹부터 철저히 해보려고 했으나,

계획은 언제나 계획일 뿐.. 서점학교 강의부터 각종 책과 창업 공부에 육아·살림까지 하다 보니

여유롭게 동네책방 투어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몇 군데 가보긴 했다)

그래서 대신 동네책방을 주제로 한 여러 가지 책과 기사들을 읽으며 간접경험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우선 어떤 종류의 책을 팔 것인가부터 정해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독립출판물은 아직은 낯설다. 서점 창업도 처음인데 굳이 낯선 책을 팔 필요는 없다.

여행책, 고양이책, 과학책 등 특정분야에 도전하기에는 한우물 깊게 판 지식이 없다.

현재 나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

그게 뭘까? 답은 너무나도 쉽게 나왔다. 바로 '육아'


최근에 읽은 책을 돌아보면 육아서적 아니면 아이를 위해 읽어준 그림책이 대부분이었다.

그림책이라..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사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에게 그림책도 많이 안 읽어줬다.

이왕 서점을 하는 거 우리 아이가 읽을 책, 내가 아이에게 읽어줄 책이 많은 곳이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모름지기 서점 주인이라면 손님들에게 책도 추천해주고 그래야 하는데, 읽지 않은 책을 추천해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언제나 시간에 쫓기는 워킹맘인 나는 두꺼운 어른이책을 많이 읽어낼 자신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도 글이 길지 않은 그림책이 딱 좋은 것 같았다.

좋아, 그럼 그림책방으로 결정! 

(너무 단순한 결정인가? 물론 이것 말고도 내가 하필 그림책방을 연 이유는 더 많다.

그림책이라고 결정하고 나니 점점 더 그림책이여만 하는 이유가 생겨났으니 말이다.)


서점을 오픈할 장소는 처음부터 내가 살고 있는 동네로 맘먹고 있었다.

아이 때문에 집과의 거리가 멀지 않은 곳이 아무래도 좋았고, 가능하면 내가 서점을 여는 것이 동네 이웃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길 바랬기 때문이다. 

나는 경기도 광주의 신현리라는 동네에 산다. 분당 바로 옆 동네인데 느낌은 많이 다른 곳이다.

아이를 위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을 찾아온 이 동네에서, 아이는 그야말로 마당 있는 집 안에만 갇히게 되었다.

이 동네에는 놀이터도 없고, 유모차를 끌 수 있는 인도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와의 산책도 힘들고, 차가 없는 뚜벅이들은 마트 장보기 조차 쉽지 않은 곳이었다.

아이를 키우기엔 좋다고 말하기 힘든 동네였다. 그래도 살다 보니 동네에서의 추억도 쌓이고 정도 들었다.

아이들이 많이 살지만 아이들을 위한 곳이 부족한 동네.. 난 그런 우리 동네에 그림책방을 꼭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만의 서점 콘셉트가 머릿속에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그림책을 마음껏 보게 하자. 그리고 육아에 지친 엄마들의 쉼터가 되자.'

그래서 나는 서점 안의 모든 그림책에 마음껏 들춰보고 읽어봐도 좋은 샘플북을 두기로 했다.

샘플북 100%라니. 나중에 책 주문을 시작하면서 보니 생각보다 돈이 엄청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망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망하는 지름길을 선택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놀이터도 없는 이 동네에.. 작은 도서관 같은 곳이라도 하나 있으면 참 좋지 않을까?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 나중에 결국 책도 많이 산다.

나는 어린 독자를 키우기로 했다.


서점 안의 샘플북은 이렇게 비닐포장과 함께 샘플북 스티커, 권장 연령 스티커가 붙어있다.


어쩌면 나는 너무 이상적이고 아름답기만 한 생각으로 서점을 시작했다.

이런 나의 마음을 누군가는 알아주겠지. 누군가는 우리 서점이 좋아 일부러라도 책을 사겠지..

우선은 돈을 버는 것보다, "우리 동네에 이런 서점이 있어서 참 좋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현실은 나를 이런 이상주의자로 그대로 남겨두려나..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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