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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미 Feb 14. 2019

서점 창업, 배워야 할 것은 끝이 없다

서점학교만 다닌다고 서점 창업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림책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창업을 해본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배워야 할 것들이 참 많았다.


우선 그림책방 사장이니까 그림책에 대한 공부는 필수이다.

마침 회사를 그만둔 시점이 도서관 같은 곳에서 문화강좌들을 새롭게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린 덕분에 책놀이지도사 자격증 과정과 동화구연 자격증 과정을 수강할 수 있었다.


그동안 아이에게 그림책을 단순히 읽어주는 것 밖에 해오지 않았던 나에게 책놀이는 새로운 세계였다.

(책놀이는 그림책을 읽고 그 책과 관련된 간단한 독후활동을 하는 것인데, 그 활동은 주제나 연령에 따라 미술활동, 신체활동, 토론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책놀이를 배우면서 그림책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도 기뻤지만, 무엇보다 함께 수업을 들은 분들의 열정에 너무나 많은 자극을 받았다.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움을 실천하시는 어르신, 어린아이를 등에 업고 수업을 듣는 엄마, 마치 자신이 아이가 된 것처럼 수업을 즐기는 분들을 보며 매 순간 놀라웠다.


그들에게 그림책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아이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나 자신을 위한 위로일 수도 있다. 아니면 계속 꿈꾸게 하는 희망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림책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수업을 들으면서 그것을 확신했고, 나의 선택이 분명 가치 있는 일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책놀이가 나에게 그림책에 대한 지식적 확장과 그림책방 창업에 대한 확신을 주었다면, 동화구연은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주는 시간이었다. 동화구연의 기본이 바로 자신감 혹은 뻔뻔함이기 때문이다. (호랑이 목소리를 잘 내는지 못 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순간 그냥 내가 호랑이라는 생각으로 이야기하면 된다.)


나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다만, 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가 떨릴 뿐이다. 이제 서점을 하게 되면 매일 같이 모르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고, 책놀이 수업이나 그림책 모임 등 내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뻔뻔함이 필요한 순간들이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처음에는 목소리 흉내 내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지만, 그냥 내 아이에게 읽어준다는 생각으로 배우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아쉽게도 서점 오픈이 생각보다 빨라져서 동화구연은 자격증까지 따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좋은 경험이었다.


책방 사장이라고 책만 알아서야 되겠는가. 서점도 자영업이다. 나는 창업과 사업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했다.

마침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퇴사준비교실-자영업입문스쿨'이라는 지금의 나에게 딱 맞는 강좌를 발견했다. (살다 보면 가끔 이렇게 나를 위해 준비해둔 것처럼 딱 맞게 흘러가는 일도 생기는 것 같다.) 실제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청년사업가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강의를 진행했다. 손익분기점 및 예산 설정부터, 아이템/입지/인테리어/비지니스모델/마케팅까지 창업 전반에 관련된 내용을 들을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


그 강의에 핵심 내용은 바로 이것이었다. 자영업을 하려면 '사람을 모으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

취미동아리, 스터디모임, 친목모임 등 뭐라도 좋으니 사람을 모아 활동하는 것을 경험해 보면, 본인의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도 사람 모으는 일이 조금은 더 쉬워진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나도 지금 직접 서점을 운영해보니 사람을 모으는 게 참 쉽지가 않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서점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우선 독서모임부터 주도적으로 모집해서 시작해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그 모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면 나중에 본인의 서점을 창업하게 되었을 때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서점을 오픈하기까지 약 2~3달의 시간 동안, 단기속성 과외라도 받는 것처럼 서점학교/책놀이/동화구연/자영업입문스쿨 등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정신없이 무언가를 계속 배워나갔다. 관련 서적도 매일매일 읽고, 온라인 강의도 들었다. 서점과 카페를 같이 하기로 결심하고 나서는 커피 공부까지 해야 했다. 돌아보면 참 열정적인 시간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그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를 갔겠다'는 말이 스스로 나올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아직도 나는 많이 부족하다. 서점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평생의 공부 거리가 생긴 것과 같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된 진리가 있지 않은가. 배우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서점 안에서 행복하다. 나는 더 많이 배우고 서점과 함께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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