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우리 회사 제작팀의 한 멤버가 나에게 찾아와서 이렇게 하소연 했다.
" 파냐파냐,
회사에서 주도적으로 일하라고 하면서,
제가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도 하나도 받아들여지지가 않아요.
제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해도, 결국에 대표님 마음대로 하시더라구요.
이제 뭐 하라는 대로만 해야죠. 제가 뭘 더 할 수 있겠어요.. 저 이제 그만둘래요"
주도적으로 일한다는 게 무엇일까?
기업에서는 [주도적으로 일하는 인재]를 찾는다.
반대로 사람들은 회사에서 [주도적으로] 일할 수 없다고 한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사실 주도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회사에서 하라고 하는 일]을 마치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을 말한다.
즉,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세운 목표]가 아니라 [회사가 세운 목표]에 있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에 당신이 카페에 사장이고, 카페는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당신은 바닷가에 놀러오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시그니처 커피를 개발하고 싶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바리스타들에게 [바닷가에 어울리는 신메뉴]를 개발하자고 이야기했다.
바리스타 A는 카페가 문을 닫는 저녁이라도 신메뉴를 개발해보고 싶다고 당신에게 요청하면서 카페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당신은 당연히 허락해주었다.
한 일주일이 흘렀을까? 바리스타 A가 신메뉴를 개발했다고 당신에게 시음해보라고 한다. A는 따뜻한 라떼를 한잔 내려주었다. 의아한 당신은 A에게 물었다. "이 메뉴가 바다에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일까요? 물론 우리 카페에서 기존에 판매하던 라떼 보다 풍미가 더 있고 깊은 맛을 내는 것은 맞는데... 이게 바닷가와 어울릴지 모르겠어요" A가 답했다. "아하! 사장님 맞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 메뉴는 바다와는 잘 안 어울리지만 그래도 우리 카페의 주 매출을 일으키는 라떼를 새롭게 리뉴얼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라떼 하나는 정말로 잘 만들거든요. 라떼를 더 맛있게 만들어서 우리 카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이 사례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A는 물론 주도적으로 일했다. 신메뉴 개발을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좋은 대안을 실험하고, 늦은 저녁까지 신메뉴 개발에 열중했다. 하지만, 그 메뉴는 카페 사장이 원하는 메뉴가 아니었다. 카페 사장은 A에게 저녁까지 카페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던 이유는 A가 바닷가에 어울리는 신메뉴를 개발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바닷가와 어울리지 않더라도 신메뉴가 대박을 터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사장이 바닷가에 어울리는 메뉴를 개발하고자 하는 이유와 맥락이 있을 것이다. 잠깐 신메뉴가 대박이 터질 수 있지만, 그건 가끔 일어나는 헤프닝일 것이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중요하고, 팀워크는 일단 리더가 원하는 방향으로 함께 움직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의 목표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스스로 보기에 더 나은 좋은 전략과 목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리더를 설득하면 된다.
리더들이 결정한 [목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목표]가 왜 적절하지 않은지, 왜 더 목표를 수정해야 하는지를 [데이터]와 [근거]를 통해 설득해야 한다.
설득하지 못한다면.. 일단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멤버들이 해야 할 일이다.
너무 수동적이라고 생각이 드는가?
아니다.
리더를 설득할 수 있다. 그것 또한 주도적인 것이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당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리더와 관계를 맺고 당신의 의견을 어필하고 그 의견의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내가 처음에 우리 회사에 입사했을 때의 일이다.
나는 대학교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진로상담을 전공했다.
회사에 HR 컨설턴트로 입사했는데, 입사 후 6개월 차에 경영지원 업무를 해달라고 요청받았다.
아직 회사 규모가 작아서 30명 정도 있었는데, 그때 경영지원를 담당해줄 담당자가 막 필요했던 시기였고, 그 시기 입사했던 컨설턴트들 중에 그나마 내가 프로세스가 강하고, 대학교에서 행정서류 작업을 했던 경력이 있어서 나에게 경영지원 업무를 제안했던 것 같다.
그 시절 나는 스스로의 경력과 역할에 자신이 없는 상황이었고, 석사를 졸업하고 박사를 가려고 했는데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반 회사에도 적응을 하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회사에서 제안하는 것을 거절할 수 없었다.
경영지원 업무라는 게, 그것도 작은 회사의 경영지원은 정말로 회사의 크고 작은 모든 일에 관여하게 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총무성 일을 주로 하다가 회계를 맡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래도 내가 관심이 있는 인사 업무를 하게 되었다. 3년차인 지금은 거의 회사의 실세가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일할 수 있었을까?
다시 돌아보면 정말로 회사가 맡긴 일을 어떻게든 이뤄낸 던 것 같다.
하루는 갑자기 나에게 회계, 재무 업무를 맡아달라고 했다. 정말로 경영지식은 1도 없었고, 회계가 뭔지도 모르던 나였지만, 지금 회사가 필요한 곳에 내가 내 자리를 잡지 않으면 뭔가 영영 총무 일만 하게 될 것 같았다. 그 때부터 리더가 [손익계산서]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일단 어떻게든 했다. 뭐라도 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배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인사]여도 일단 회사가 필요한 일을 내가 잘 해내야 나의 의견에 리더가 귀를 기울여주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조금씩이라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회사가 시킨 일이 아니라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가?
그러면 일단 맡긴 일을 충실하게 해내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온다. 일단 묵묵히 맡긴 일을 해내면 기회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