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심하기 전에 3주동안 언니가 있는 스위스에서 갔었다.
대학교 다닐 때 갔던 이후로 거의 5~6년 만에 다시 간 스위스는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나도 언니처럼 스위스에 살 수 있다면...
어떨까??
그냥 막연히 유럽이 좋아보여서
내가 지금 힘드니까 쉬고 싶어서
스위스에서 살아봐야 겠다.
라는 게 아니라
진짜 앞으로의 평생을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산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되었다.
나는 학창시절을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 보냈고,
가족들은 미국, 캐나다, 스위스에서 살았었다.
나는 대학시절부터 한국에서 살았고, 1년에 적어도 1번 이상은 꼭 해외로 나갔다.
가족들이 해외에 있었으니까 해외에 가서 가족들을 보는 게 당연했다.
영어로 의사소통은 할 수 있었지만,
내 영어실력은 항상 언니들의 영어실력보다 좋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했지만, 속으로 언니들을 부러워했던 것 같다.
부모님도 계속 중국에 살고 계셨고,
내가 한국에서'만'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왜 스위스에 살아야 하는 가?
스위스는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사람이 적고, 느리다.
서울은 차가 쌩쌩 다니고, 지하철은 매일매일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넘쳐난다.
집과 집들은 뺵빽히 모여 있고, 어딜가나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조금이라도 행동을 느리게 하면 눈치를 보게 된다.
이웃사촌과 인사하며 살지 않지만, 서로서로 은근히 평가하며 어떤 모범적인 사회적 기준을 모두가 따라하며 살아간다.
물론 한국의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음식이 너무 맛있고, 놀 거리는 넘쳐나고, 쇼핑할 것, 볼 것, 즐길 것 아주 아주 많다.
24시간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언제든지 배달이 되고, 요즘에는 로켓배송으로 원하는 물건을 언제든지 바로 살 수 있다.
반대로 스위스는 보행친화적인 곳이다.
도시라고 해도 사람이 많이 살지 않고, 버스나 트램을 탈 때 몸이 불편해 느리게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눈치를 주는 사람이 없다.
반대로 에어컨이 없고, 마트도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밖에서 음식을 사먹기가 어렵다(맛 없고, 비싸다ㅎㅎ)
사람들은 거리에서 담배를 피운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이 살기 너무 편하다고 하는데,
나는 한국에 있으면 조급하고 불안했다.
마치 나만 뒤쳐지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사는 듯한 느낌이 들 때는 스스로에게 '너 정말 이렇게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해?' 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빠르고 편리한 도시보다는
느리지만 불편한 도시에서 살고 싶었다.
그래서 스위스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물론...ㅎㅎ 계획대로 잘 되어야 하겠지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