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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세인의 시대

#시대 #세대

by 헤이민 HEYMIN


헥산 알아? C6H14. 탄소 6개랑 수소 14개로 이루어진 화합물. 다른 이름은 헥세인이래.

헥세인이란 이름을 듣고 터무니없는 걸 떠올려. ‘헥헥거리며 살아가는 세대의 인류’. 이것의 줄임말이 아닐까. 혼자 상상 하고 하하 웃었어.

어이없지? 그럼 별다줄은 알아? 별도 달도 다 따준다는 사랑의 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야. 별 걸 다 줄인다는 말이래.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그렇대. 뭐든 다 줄이는 시대래. 과연 언어만 줄였을까. 우리가 또 뭘 줄였나 골똘히 생각하다 이 생각이란 것도 줄여. 대신 늘어날 것에 대해 생각해. 다음 시대엔 무엇이 늘어날까. 줄어든 존중을 무엇이 채울까. 이 시대의 상실과 결핍을 대신할, 채워질 무언가에 대해 생각해. 충만하고 넘치는 다음것에 대하여. 조용히 인류를 위로하기 위하여. 인류 존재 이유를 사수하기 위하여. 숨이 차오른 헥세인의 무한한 집필이, 꺼져가는 인류의 후속편이 아니라 떠오르는 인류의 신작이기 위하여. 화합을 이야기하는 명작이기 위하여.





[참고] 제목은 송길영 교수님의 책 《핵개인의 시대》 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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