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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렬

#선 #악

by 헤이민 HEYMIN


앞으로 나란히 걸으라는 소리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왜 앞으로 걸어야 하는지

왜 나란히 걸어야 하는지
왜의 왜를 물을 때마다

돌아오는 건 엉킨 손가락질.

앞에 가는 선인의 뒤통수여,
뒤에 오는 선인의 얼굴이여,

이제 나는 선을 그만두겠다,
이제 그만 나는 악이 되겠다.

첨단한 눈썹 끝에 낀 분노가
바람 길 잃은 풍향계 마냥 아슬히 떨려오고

구겨진 미간의 골짜기로 분노가 끓어 흐른다.

휴, 비로소 악이 되었나,

악을 반기어 안도하는 숨에
까맣게 식어버린 분노의 노폐.

검은 가루가 날리고 날려
앞에 가는 선인의 뒤통수와
뒤에 오는 선인의 얼굴에
잔뜩 재가 되어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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