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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의자

#제철 #의자

by 헤이민 HEYMIN


넘치던 라탄의자가 모두 사라졌을 때
그 많던 의자가 어디로 갔을까 생각했다.


의자는 다리가 네 개나 되니
빠르게 달려 정글로 돌아가선
태초의 야자줄기가 되기라도 한 걸까.


라탄에게 한때 의자였던 기억은
좋은 기억일까, 나쁜 기억일까.


텅 빈 자리는 또 어떤 의자가 대신해
궁둥이를 받치고 있을까.
구멍이 숭숭 난 라탄의자 대신
겨울엔 어떤 구멍 없는 의자가
온기를 품고 있을까.


시절의자라는 사실이 슬퍼 눈물이 나려는데
의자 때문에 운다는 게 어처구니 없어서
고개를 들어 눈동자에 하늘을 비추고,
발밑 깊숙히 박힌 중력을 생각한다.


중력을 거슬러 정글로 돌아간
철 지난 라탄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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