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보다 빨리 괜찮아졌다

슬픔에도 유통기한이 있는 걸까

by 오레오레오

나는 생각보다 빨리 괜찮아졌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엄마가 떠난 뒤,

나는 꽤 오래 무너져 있을 줄 알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래도록 그 자리에 멈춰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며칠이 지나자

나는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었고,

웃었고,

에 들었다.


아침이 오면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을 했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일상을 살았다.


그게 너무 이상했다.

나는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였나.

이게 다였나.

엄마는 내 인생에서
정말 큰 사람이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빨리

다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조금 더 아파야 하는 거 아닌가.
조금 더 무너져야 하는 건 아닌가.

괜찮아지는 나를 보면서

계속 죄책감을 느꼈다.


어쩌면 사람은

생각보다 빨리

적응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큰 슬픔도

결국은 일상 사이로 스며들고,

우리는 그걸 안고

다시 살아간다.

원치 않아도

그렇게라도 해야 하니까.


나는 아직도 엄마를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잘 먹고, 잘 자고,

어제보다 조금 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가끔은 그런 내가, 정말 이상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엄마를 놓은 게 아니라,

엄마를 담은 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덜 미안해하기로 했다.


괜찮아진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엄마에게 화를 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