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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틴 Apr 15. 2021

쑥쑥 자라는 콩나물처럼

결국엔 성장!

어느 강사님께서 학생들을 독려하기 위해 말씀하신 얘기가 기억난다. 콩에 물을 끼얹으면 아래로 빠져나가는데 이게 반복되면 어느새 쑥쑥 자라 콩나물이 되어있다고. 오늘 배우는 것도 여러분의 눈과 귀를 거쳐 나갈 테지만 언젠가 여러분들은 자라 있을 거라고. 학습의 효과를 콩나물에 비유했는데 상당히 인상 깊었다.




나는 입사, 퇴사를 반복하느라 나이에 비해 15년이란 경력 년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짧게 근무하고 때려치웠으면서 회사생활에 대해 얼마나 알아?!"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고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군데에만 있으면 알지 못했을 일들과 각기 다른 인간군상을 경험했다. 물론 이것도 내 기준에서 하는 얘기다. 어쨌든 내가 겪은 세계는 다른 이의 세계와 결코 같을 수 없다.


우리는 콩나물처럼 결국엔 성장한다. 한 회사에서 15년간 자리를 지켰든, 15년 동안 20군데의 회사를 다녔든 모두 각자의 상황에서 레벨업을 한다. 그러니 내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거겠지. 이제야 뭔가 좀 알겠다 싶은 년차에 회사를 그만둔 게 잘한 짓일까- 가끔 생각한다. 특히 요즘같이 자영업자가 어려운 시기엔 더더욱.


RPG 게임에서 전사를 키우다가 만렙이 가까워오자 새 캐릭터를 만든 느낌이다. 새로운 직업으로 캐릭터를 키우려면 다시 시간을 들여야 한다. 비싼 무기, 좋은 갑옷 다 버리고 열심히 몹을 때려잡던 경험을 자산 삼아 새 직업에 적응한다. 게임은 순전히 '재미'가 이유라지만 현실 버전에선 일단 골치가 아파온다.

새로운 길을 찾겠다며 호기롭게 은퇴를 선언한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직장인이란 어장 속에 있을 때가 편했네- 습관처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틀 안에서 일정하게 예측되는 삶보다 틀 밖에서 예측 불가능한 역동적인 삶이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수입이 불투명하고 은행 대출 자격이 안돼서 카드론을 고민하지만 그래도 삶은 어떻게든 이어진다.


입장이 바뀌면서 관점도 생각도 조금씩 바뀌는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이것저것 시도하고 경험한 것들은 내 어딘가에 켜켜이 쌓여있다. 지금 당장 결과가 없더라도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면의 불안은 언제나 나를 보호하기 위해 먼저 입을 여는 것뿐이다. 매일을 열심히 살아내면 그다음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쑥쑥 자라 어느덧 콩나물이 되어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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