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틴 Apr 29. 2021

누군가 나를 힘들게 한다면

내 삶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역할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 소꿉친구를 시작으로 학교에서 만난 친구, 사회에서 만나는 동료 등 환경에 따라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과거에 친밀했던 친구, 동료가 인맥관리의 대상으로 변질되기도 하고 이름만 알던 지인이 어느 순간 절친이 되기도 한다. 세상이 변하고 삶이 바뀌면서 인간관계도 자연스레 재배치되는 건 당연지사!


새 회사에 입사하고 모임에 참여하는 등 낯선 환경에 처하고 그걸 겪어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내 세계를 한 뼘 넓히는 계기가 된다. 사람을 하나의 커다란 우주로 비유하기도 한다. 나의 우주가 너의 우주와 만나서 주고받는 기운은 특별한 자장을 형성한다. 관심 없던 것에 호감이 생기기도, 더 강하게 배척하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타이밍에 맞게 서로의 삶에 등장하면 인연이라고 한다. 내 삶에 등장하고 사라졌던 사람들을 떠올려보니 모두 그에 맞는 역할이 있었다. 내게 뭔가를 일깨워주고 새로운 삶과 연결시켜주기 위해 내 일상에 등장했나 싶다. 나의 첫 독서모임은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무료한 주말을 달래기 위한 목적이었다. 내 은퇴 또한 독서모임 활동이 강력한 계기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작가를 꿈꿨다.

본래 모든 사건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무엇에 이끌리거나 그렇지 않거나, 이건 순전히 나의 선택이다. 선택을 하지 않아도 언젠가 또 다른 사건이 생긴다. 이번에도 이끌리거나 아니거나, 둘 중 하나다. 내 스무 번이 넘는 퇴사도 같은 패턴이다. 지나고 보면 뚜렷한 인과관계가 보인다.


내적 동기를 잃고 출퇴근을 반복하던 마지막 회사에서 Y양은 그런 내게 제대로 동기부여를 준 셈이다. 그는 직원들의 험담, 이간질과 함께 사내 비리를 낱낱이 떠벌리며 미래를 단정 짓는 염세주의 태도로 일관했다. 솔직히 영향을 요만큼도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덕분에 나와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게 되었으니까.


재미있게도, 상대의 역할이 끝나면 그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둘 중 누군가 흥미가 사라지거나, 더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연스레 멀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나를 스쳐간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내게 어떤 안내자였을까? 반대로 나는 그들에게 어떤 역할을 담당했을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나는 그들이 다음 발자국을 내딛는데 디딤돌이 되었을까?

세상이 넓다 해도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지구에서 아시아, 대한민국, 서울에서 2021년에 만나게 될 사람들은 그야말로 엄청난 확률을 통과한 결과물이다. 이 엄청난 결과물이 아무 의미가 없을 리는 없다. 아마 본인들도 모르게 다리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나를 힘들게 한다면, 자꾸 뭔가 거슬린다면, 내게 어떤 변화를 이끌어낸다면? 이제 확실해졌다. 그는 내 일상을 변화시키려 등장한 안내자이다.

작가의 이전글 창업 아이템 발견, 그 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