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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틴 May 08. 2021

내 마음의 처방전

시(詩)가 필요한 순간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 봄이 걸어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 박노해 '길이 끝나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에 수록된 詩




작년부터 시(詩)가 마음에 꽂히기 시작했다. 시를 제대로 느끼게 된 계기는 '소리테라피'라는 특강을 통해서였다. 올바로 소리를 내는 법, 내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법 등을 배웠는데 그 과정에서 시를 한 편씩 골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를 찾다가 박노해 시인을 알게 되었고 처음으로 시가 가진 힘을 느꼈다. <별은 너에게로>가 그랬다. 누구보다 많은 위로를 주었고 마음이 가라앉을 때마다 마음으로 붙잡는 기둥이 되었다.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라는 글귀가 내 등을 가만히 쓸어주었고 박노해 시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되었다.

출처- 나눔문화,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 

시가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행복하고 즐거운 한 때보다 우울하고 힘들고 슬픔에 잠겨있을 때가 더욱 그렇다. 내 상황을 예로 들자면, 예정된 미래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최근에 내 손으로 부숴버렸고 열려있던 문을 내 의지로 닫아버렸다. 내가 일으킨 물결이 내 발목을 적셨지만 이 모두 내가 감수해야 하는 일들이다. 아픈 마음을 끌어안고 있다가 무심코 발견한 <길이 끝나면>이란 시는 정확히 내 상황에 맞는 처방을 해준다.


시작은 최선의 끝, 정직한 절망으로부터 나온다니.. 이보다 더 명확한 솔루션이 있을까? 최선의 노력과 절망이 모여 내가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하도록 이끌었고 그렇게 또 다른 세상이 시작된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처럼 나는 분명 더 큰 나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 


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별이 나를 비춰주고 가장 빛나는 별이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슬퍼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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