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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틴 Jul 07. 2021

퍼블리 콘텐츠 발행 후기

지구 상의 단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되면 그걸로 충분해


조금씩 더워지던 5월 중순의 어느 날, 메일을 확인하면서 두 눈을 의심했다. 유료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서 저자 제안 요청이 오다니!! 브런치를 시작한 목적 중 하나는 언젠가 이런 제안을 받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런 날이 오니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왔다.


퍼블리는 내게 조금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몇 년 전에 플랫폼 창업을 준비하면서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몇 달간 퍼블리 콘텐츠를 정독해서 읽고 또 읽었다. 탁월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문장을 골라 메모를 해가면서 내 아이템에 곁들일 방법을 궁리했다. 그런 곳에서 제의를 받았으니 기쁨과 흥분만큼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하다.


고질적인 병, '어떡하지?' 시리즈가 몰려왔다 :

라떼는 말이야로 취급되면 어떡하지? 주제에 맞게 글을 풀어내지 못하면 어떡하지? 내가 읽었던 글처럼 깊은 통찰을 담아내지 못하면 어떡하지? 내 경험들만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일반적으로 논하기 어려울 텐데 어떡하지? 글자 수를 다 못 채우면 어떡하지?....


아예 막막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고 마음을 가다듬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

브런치에 글을 올린 것처럼 하면 되겠지, 모두가 읽지 않아도 괜찮아, 단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되면 그걸로 만족할 거야, 내 역량만큼만 쓰자, 내가 했던 경험과 느낌을 나열하면 돼, 이직을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동생들이 물어보면 조언한다고 생각하자....


그다음으론 목차, 그러니까 콘텐츠 뼈대를 잡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너무 뻔하게 느껴지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를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알려줄 수 있을까? 이직을 원체 많이 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본능적인 감이란 게 생겼다. 오감으로 느껴지는 정보만으로 이 회사가 다닐만한지 어떤지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오로지 나만의 측정기준이라서 스타트업은 이렇고 대기업은 저렇고를 일반화시킬 수도 없었다.


일단 고용보험 사이트를 뒤져 내가 이직했던 회사 리스트를 모두 적은 뒤, 각각의 회사에서 기억나는 것들을 모두 메모했다. 글감의 공통점을 묶어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리하면서 목차를 조금씩 잡아나갈 수 있었다. 사실, 기업을 낱낱이 고발(!)하는 글감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것들을 다룰 순 없었다.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주관적인 경험에서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은 모든 저자의 숙제려니 싶다.


뼈대를 잡고 나니 글은 대체로 수월하게 써졌다. 일할 때처럼 마감일은 늘 적당한 긴장을 주었고, 생각이 막힐 때마다 누군가 옆에서 질문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질문자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는데 불특정 다수라고 생각하니 다시 생각이 가로막혔다. 그럴 땐 다시 내 경험을 알려주는 걸로 포커스를 맞췄다.


그렇게 어찌어찌 콘텐츠 초고를 완성했다. 하나의 글을 20,000자 가까이 써본 것도 처음이다. 곧 퍼블리 에디터를 거치며 날것이 적당히 정리된 담백한 콘텐츠가 탄생했다!!


https://publy.co/content/6211?referrer=4ek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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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발행한 후에는 '아닐까?' 시리즈가 나를 덮쳤다 :

너무 포괄적으로 다룬 건 아닐까? 깊이가 너무 없는 건 아닐까? 겉핥기로 보이는 건 아닐까? 모두가 다 아는 내용을 적은 건 아닐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걱정을 내려놓아야 하는 마지막 작업이 남았다.


지구 상의 단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되면 그걸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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