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든 비밀을 알게된다면?

무의식 보기 세션 종료, 어쩌면 프롤로그?

by 크리스틴

두 달 남짓의 기간 동안 무의식의 의식화 세션을 진행했다. 후기 같은 느낌으로 쓰고 싶었지만 막상 또 어떻게 글이 풀릴지는 모르겠다. 백신 2차 접종 전날, 기막힌 타이밍에 세션이 끝나서 겸사겸사 제대로 드러누울 요량이었다. 며칠 동안 몸도 마음도 푹 쉬기를 바랐는데 벌써 4일 차가 되면서 나는 빠르게 되살아 나는 중이다.


사람마다 감당할 수 있는 힘듦은 다르지만, 나는 늘 최고조의 힘듦을 무던히도 견뎌냈다. 모두 그럴 거야- 사는 게 다 이런 거지-라고 토닥이면서 그렇게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빛을 향해 앞으로 걸었다. 힘든 것 어려운 것들 다 버리고 훌훌 털어버린다는 미명 하에 현재를 살려고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 나의 과거와 당시의 감정들이 무겁게 끌어당겼다. 그리 당겨지는 줄도 모르고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에고의 기분을 맞춰주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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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1일, 이쯤 되니 지난날들이 전생처럼 멀게 느껴진다. 누군가 말하기를, 마음공부는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니까 하게 되는 거라고 한다. 마음이 시켜서. 그래야 살아갈 수 있으니까. 사람들은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살만하고, 또 그렇게 살아지니까 산다. 나를 즐겁게 하는 활동들로 틈틈이 자신을 위로하며 지낸다.


나도 이미 그 모든 걸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없는 살림에 돈을 부어 해외여행도 가고, 사고 싶은 것도 사봤고, 연예인 덕질을 하며 스트레스도 발산해 보고. 그 후에 남은 건 일시적인 행복... 그리고 또다시 몰려드는 알 수 없는 깊은 무엇. 이건 외롭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살아서 그런 거라고. 짝을 찾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렇지만 누군가와 함께 살아도 연애를 해도 또 다른 어둠이 몰려들었다. 상대와 나는 서로 닿을 수 없었고 우리 사이에 놓인 그 벽을 뚫을 수 없었다. 벽에 기대어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다른 걸 꿈꾸며 상처를 주고받으며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그럼 나는 또 그 기억을 모두 잊고 버리고 도망가기 바빴다. 남들은 다 잘만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는 늘 이래야 하냐며 원망할 틈조차 없이, 먹고사는 문제가 늘 내 옆구리를 찔러댔다.


그러던 지난 8월의 마지막 일요일, 나는 삶이 설계한 정교한 계획 속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이날 느껴진 내 상태는 심리치료가 필요했던 수준이라고 한다.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에게 선택되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건 삶을 재정비하라고 신이 주는 기회였다.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받으며 온갖 감정의 폭풍우를 그대로 맞은 것 같다. 삶은 나를 잘 따라오게 하려고 적절하게 눈앞에 참 많은 것들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명상은 저절로 숨 쉬는 것처럼 이루어지고 그냥 그렇게 되어졌다. 모든 건 나를 향해 열린 채널이었으며 그들을 통해 나는 삶이 주는 메시지를 읽기 시작했다. 내가 맞는 걸 선택할 때면 옳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잘못된 선택을 하고 나면 마음속이 조여온다. 내 안의 신은 몸의 감각을 통해 내게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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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던 비밀, 알 수 없던 것들을 모두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까? 사실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단지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부모를 친구를 연인을, 과거에 나를 상처 준 모든 이들을. 그리고 그들은 모두 내 모습이기도 하니까. 무의식을 의식화하면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내 이기심과 두려움을 인정하게 된다. 내가 모르고 저지르는 일이라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면 그건 내 잘못이 맞다. 모른다는 게 면죄부가 될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삶의 이런저런 어려움을 피해 느낌대로 잘 살아왔지만, 그 끝엔 다른 사람들이 겪은 만큼의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는 게 또한 삶이다. 이런 얘기를 쓰려던 건 아닌데.. 손이 가는 대로 나오는 말들을 들어줘야 할 것 같다.


모든 건 수단이 되었다. 모닝페이지, 이른 아침의 산책, 대화, 명상, 사진... 지난 시간 동안 하루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절실하게 꽉 붙잡으며 지냈다. 감정이 쏟아져 나오고 에너지가 흘러나오고 몸이 반응하고, 이건 이제 더 놀랍지도 않다. 정화를 하고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이렇게만 살면 좋겠다- 싶을 때 다음번 판도라 상자의 뚜껑이 열린다. 두려워하지 않고 그걸 기꺼이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게 다음의 할 일이다.


칼 융은 이렇게 말했다.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무의식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것을 바로 운명이라 부른다.> 혹시 지금의 이런 삶의 흐름조차 운명대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문득 궁금해진다. 이게 운명이든 아니든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괜찮기 위해, 괜찮으려고 삶을 긍정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내 모습을 긍정하자. 공부를 잘하는 나 말고, 외모가 뛰어난 나 말고, 일을 잘하는 나 말고. 그런 거 다 떼어버린 나. 아무것도 모르고 서툴고, 잘하는 것 하나 없는 그런 나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해 주자.


나의 여정은 계속될 테고 이 글에 이어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적게 될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완성된 글은 저만의 운명을 갖는다고.. 그 글들이 빛을 볼 날이 오겠지 싶다. 여전히 이것저것 부족함 투성이인 나는 지금도 길 위에 서 있다. 모든 것들이 사랑이고 그걸 알게 된 나는 지금의 모든 게 있는 그대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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