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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Jan 28. 2019

영화 <메리 퀸 오브 스코츠 (2018)> 리뷰

메리 스튜어트의 외로운 분투



* 아직 한국에 정식 개봉한 작품이 아닌 만큼 최대한 스포일러를 배제하려 노력하였습니다. 트레일러에서도 확인할 수 있거나, 역사적으로 동일한 지점에 대해서는 언급이 다소 있으나 이 부분도 불편하시다면 읽지 않으시기를 권합니다.



역사 속 인물들은 언제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한가득 껴안고 있다. 그중 영국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인물을 꼽으라면 아마 주로 튜더 왕가의 사람들이지 않을까. 장미전쟁으로 시작해 엘리자베스 1세로 마침표가 찍히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기는 사랑과 배신, 정치적 암투 등과 같은 단어로 가득한 시절이었다. 그중에서 이번 영화, <메리 퀸 오브 스코츠>는 엘리자베스 1세 시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주인공으로 메리 스튜어트(시얼샤 로넌)를 선택했다. 


조지 루크가 감독을 맡은 이 영화는, 존 가이의 전기 소설 'My Heart Is My Own: The Life of Mary Queen of Scots'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정사를 한 번 재해석한 존 가이의 소설을 다시금 영화로 옮기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일까? 영화 속 인물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역사서 속의 인물들과 다소 다르다. 메리 스튜어트는 역사적 희생양에 가깝게 그려지며, 엘리자베스 1세(마고 로비) 역시 영국의 황금기를 이끌어낸, 기존의 ‘남성적 여왕’과는 다르게 묘사된다. 그러나 영화는 퍽 과감하게 두 인물을 주저 없이 대비시킨다. 이 점은 플롯과 연출로 극대화되고, 썩 나쁘지 않다. 덕분에 나는 왕관 아래의 삶이 어떻게 펼쳐지고, 어떤 점에서 간극이 벌어지는지 관객으로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더불어 각 인물의 감정선이 영화의 서사에 맞추어 점진적으로 고조되는데, 이 점에 영화는 꽤 공을 들인 듯했다.


영화에 관하여 많은 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 영화의 강점을 말하고 싶다. <메리 퀸 오브 스코츠>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영상미를 자랑한다. 스코틀랜드의 풍경을 묘사하는 데엔 일가견이 있는 것이 틀림없으며, 자칫하면 어두컴컴하고 멋없게 보일 수 있는 영국 특유의 성 내부 역시 렘브란트의 그림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감각적이다. 이 외에도 음악을 영리하게 사용했다는 점 역시 언급하고 싶고, 소품과 의상 역시 분위기에 맞추어 적절하게 배치되었다는 점도 말하지 않으면 섭섭할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했다. 시얼샤 로넌은 어린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메리 스튜어트의 인생을 훌륭하게 재현해내며, 마고 로비 역시 엘리자베스의 카리스마와 고뇌, 감정적 흔들림을 스크린에 부족함 없이 담아냈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외국 관객으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영화의 불친절함 말이다. 영국인에게는 다를 수 있겠으나, 당대의 배경 지식이 부족하기 쉬운 관객이라면 없다면 사건들의 나열과 배치가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 영화를 보고자 한다면, 당대 스코틀랜드의 종교 개혁 배경 등을 미리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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