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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아 May 24. 2023

은사님께 전하는 '나의 길' 이야기

대학 생활 적응기_대학 글쓰기1_'가지 않은 길' 실습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고등학교 때 한 선생님으로부터 이 시를 처음 접했습니다. 저의 졸업과 선생님의 퇴직으로 더 이상 마음이 따뜻해지는 수업을 들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학교 첫 수업에서 이를 또 한번 읽고 그때로 돌아간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번 실습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바빠 잠시 잊고 있었던 은사님께 제 이야기를 전해볼까 합니다. 


  선생님, 퇴직 이후의 생활을 즐기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대학교에서 ‘가지 않은 길’을 다시 읽었는데 3학년 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수년간 로스쿨을 꿈꾸다가 몇 개월 만에 직업이 아닌 진정한 목표를 찾아 아동가족학과로 길을 돌렸는데요. 그 선택이 어쩌면 저를 지금 여기에 있게 한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제가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이 없습니다. 이 시가 말해주듯, 길은 길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갈림길은 두 길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비록 한 길은 ‘가지 않은 길’로 남아있지만, 두 길의 기원은 일치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제가 선택한 길을 자랑스럽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길을 걷고 있으신가요? 선생님이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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