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가족학 전공생의 글쓰기_2022 서울대학교 인권·성평등 에세이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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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의 방향이 바뀐 시점은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해였다. 명절 문화를 바꿔보려 아빠에게 잔뜩 날을 세웠던 우리의 첫 번째 투쟁은 추석이 오기 직전 활활 타올랐다. 마치 아빠와 세 딸의 전쟁 같았달까. 그 시작은 이렇다. 그 해는 유독 친척들이 오지 말았으면 했다. 고3이라 수능 공부와 생활기록부 최종 점검, 자기소개서 작성 등 안 그래도 신경 쓸 부분이 많았던 상황에서 가부장적인 추석 분위기까지 나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나의 바람은 동생의 입으로 아빠에게 전해졌다.
“언니도 이제 고3인데 이번 명절만 그냥 지나가면 안 될까?”
분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노려 아빠를 설득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발화였는데 아빠의 표정은 그 말을 듣자마자 화로 돌변했다.
“너희 말은 지금 할머니랑 큰아빠가 오지 말았으면 하는 거가? 고3이 무슨 벼슬이라도 되냐?”
아빠의 큰소리에 우리는 할 말을 잃었고, 아빠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냉전체제는 3일간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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