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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연필 Jun 14. 2017

진심, 진실을 담는 행동

함께 하는 시간이 가능하게 해 준 것

10대의 사랑, 이별.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동갑내기와 사랑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발견하게 해줬다. 돈 한 푼 없이 하계역 근처 공원에 앉아 서너 시간을 보내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렇게 싫어했던 교복을, 어떻게 입어도 결국 교복일 수밖에 없던 교복을, 깨끗하고 멋지게 입으려고 노력했다. 맑은 하늘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별거 아닌 일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유치하고 아이 같은 남자로 보이기 싫어서 쿨한 척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쿨 하게 멍청한 짓을 했고, 서로 이별을 짐작한 뒤 자연스럽게 이별했다.


20대의 사랑, 이별. 연상과의 사랑을 했다. 군대를 제대한 나는 휴학생이었고, 그녀는 디자인팀에서 일하는 직장인이었다. 디자인 관련 모임에서 만난 그녀는 재치 있고 위트가 있었다. 여자의 언어에 대해서 몰랐던 나에게 이해의 필요성을 알게 해줬고, 상대의 정곡을 찌르는 말들을 서로 주고받았다. 효율적인 사고방식에 대해 알게 해줬지만, 비효율적인 행동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줬다. 어떤 주제의 대화도 그녀 앞에서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녀는 술을 좋아했다. 그 술로 상처를 주고받았다. 내 오만한 태도로 잔인하게 이별했다.


30대의 이별. 연하와의 사랑을 했다. 인생의 3분의 1이란 시간을 함께 했었다. 결혼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왔다. 가장 선호하는 마음씨를 가졌고, 그 마음씨를 보여줬고, 한 번의 거절을 넘기고 힘들게 마음을 얻었다. 매일 붙어 다녔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첫 직장을 함께 들어가서도 붙어 다녔다. 흔히 말하는 가족처럼 붙어 다녔다. 그녀는 표현에 서툴렀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닌, 몰라서 그런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몰랐던 시절이 생각났고, 화를 내기보단 오해의 여지를 알려줬다. 현실적 자본적 보수적 문제들을 인지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와 함께 감정적인 문제도 인지했다. 내 욕심도 많아졌다. 결국 내 욕심으로 고통스럽게 이별했다.








추억은 게으름과 비슷하다. 강한 의지와 열정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진행 중인 사람들, 안정적으로 하루를 보내면서 정착한 사람들, 좌절하고 지쳐서 탈진 상태에 빠진 사람들. 구별 없이 사람들을 찾아온다. 그 어떤 티도 내지 않은 채 조용히 몸속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우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누른다. 그리고 자신에게만 집중하도록 만든다.


누군가를 거짓 없는 진심으로 대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건 사랑하고 있을 때. 가족, 친구, 연인 등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땐, 믿음과 비례하는 진심의 법칙을 위반한다. 그러다 보니 속을 때도 있고, 실수할 때도 있고, 평소와 다른 자신의 어색한 모습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


익숙함을 벗어난다는 것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어렵지 않게 진심을 이야기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그렇지 않다. 의심하고 경계하고 고민하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 속에서 진심이란, 어린아이가 말하는 희망찬 포부와 같다. 순수하면서도 직관적이지만, 결국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로 하는 현재와 맞지 않는 표현.


그런 진심을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시간이다. 매 순간마다 항상 진심일 수 없다. 우리의 익숙함은 이런 상황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아주 잠깐의 진심을 받으면 아주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는 경우가 있다. 사탕을 먹어보지 않았던 아이가 처음 사탕을 먹은 상황처럼.


진실과는 다르게 진심은, 거짓 없는 마음속 감정을 담을 무엇이다. 그릇이 될 수 있고 큰 바구니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진실만을 툭 던져놓고 내 진심이라고 말한다면 아무런 감흥이 없이 상대만 바라보게 된다. 간혹 그 떨어진 진실을 주어 담으면서 '이게 어디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그랬다. 그 진실 또한 고마워서 진심 못지않은 감동을 받곤 했다.


진실이 사탕이라면 진심은 그 사탕을 담을 그릇이나 바구니와 같다. 담긴 사탕을 받는 것과 바닥에 떨어진 사탕을 줍는 것의 느낌을 굳이 비교할 필요가 없듯, 전달 방식에 따라 우리의 마음속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사랑과 이별. 이 시간들은 내 본질을 인지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은, 자신의 주변에 작은 울타리를 만들어준다. 또 다른 실수를 막고 그 안에서 또 다른 발견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이 시간들은 상대의 진심과 나의 진심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이쁜 그릇에 사탕을 주고받으며 나눴던 시간들은, 오늘의 나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사탕만을 던져놓았던 상대가 이쁜 그릇에 사탕을 담아줄 땐, 그 시기가 사랑하는 중인가 이별한 뒤인가에 따라 감개에 젖은 행복과 지독한 슬픔을 안겨준다. 


아름답고, 이쁘게

담을 무엇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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