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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onin Mar 06. 2021

‘아이언(정헌철)’을 보내며

거기선 성질 좀 죽여 이친구야

2021.01.27 作


아이언이 죽었단다.

23-24살짜리 배경도 경력도 없는 아마추어 동갑인 잘생긴 남자애가 무대에 스탠드 마이크 하나 가지고 올라와 노래제목처럼 바짝 독이 오른 낮은 목소리로 ‘내게 돈은 바람난 첫사랑 같지 저주하면서 동시에 사랑하니’를 읇조리던, 절박함이 처절하게 느껴져 충격적이었던 오래된 장면이 머리속에 스쳐지나 갔다.



사실은 그것이 계기였다.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된 것은.

그리고 힙합이라는 장르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것은.



노래를 들을 때도 음이야 어떻든 우선은 가사가 마음에 들어야, 일단은 스토리가 그려져야 플레이 리스트에 올리는 취향을 가진 일인으로 하고싶은 말을 직접 가사로 쓰고 이를 본인만의 리듬으로 감정을 담아 직설적으로 말로 표현하는 본질적으로 솔직한 이 장르란 꽤나 매력있구나, 성시경을 주로 듣던 그 시절 나는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에 대한 기억은 딱 그 정도.

이후에 그의 행보를 찾아보거나 다른 음악을 검색하는 일 따윈 없었다. 받은 상처와 트라우마가 많아 눈빛에 ‘독기’가 드러나는 사람은 취향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근황은 굳이 내가 찾지 않아도 뉴스의 사회 섹션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나는 더 더 더 올라가’를 토해낸 그의 노래와는 달리 그의 삶은 ‘더 더 더 추락해가는구나’ 넌지시 생각하곤 했다.

딱 그 정도의 감상.



그런 그가 죽었다.

자기집에서도 아닌 남의 동네 남의 집 화단에서.

앨범보다 많은 사건사고를 남기고.



그를 집중해서 본건 6-7년전의 3분짜리 무대 하나이지만 그 무대 하나만으로 충분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이기에 그가 죽고 나서야 그가 궁금해졌다.



도대체 그 재능을 가지고 왜 그렇게 살았는지. ‘하남 주공 아파트’를 처음으로 들어봤다. 마음이 고장나는 제1의 원인은 단연 유년의 기억이구나 한 번 더 되새겼다.



그것이 어떠한 변명거리도 될 수는 없겠지만 마주해야만 했던 그의 현실이 만만치 않은 강도로 폭력적이었겠구나 싶어 소년이 안타까웠다.



생전 가장 좋아했다는 아이템으로 담배와 캔커피와 콜라가 꼽혀 빈소위에 올려진 것을 보니 너무도 소박해 더욱 처량하다.



잘 가시길.

잘 쉬시길.

거기선 좀 행복해지길 조용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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