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벙덤벙 is not 대충대충
오늘은 정말 많은 글을 썼다.
정말 많은 글.
내가 글을 쓰는 직업을 가졌음을 드디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오늘은 반성할 것이 분명한 날이다.
나는 '군인'이라는 것을 절대로 까먹지 말아야 한다.
덤벙 덤벙.
나는 늘 덤벙 덤벙한다.
행사 중간에 총무로부터 번역을 요구 받았다.
그저 들뜬 가슴을 안고 추억에 깊이 빠져 영상을 감상하고 있던 나로서는,
바로 전 날, 통역 하나를 망쳐 큰 죄책감에 빠져있던 나로서는,
행사 도중 갑작스레 요청된 '번역/통역(Translation)'이라는 단어를 보자,
거의 '무조건 반사'적인 반응을 보이며 다급히 마이크부터 찾았다.
반 이성의 끈을 놓고서는.
마이크를 연결하고 잠시 의문이 들었다.
'줌(Zoom)' 프로그램 안에서 '통역'으로 연결되지 않은지라.
총무에게 질문하였다.
'지금부터 줌 안 채팅에서 통역하면되나요? 아니면 내부 채팅창에서 번역하면 되나요?'
답장이 왔다
'내부채팅창이요'
'네!'
라고 우렁차게 답한 후, 크게 심호흡을 들이 쉰 채, 온 정신을 모아 동시통역/번역을 시작했다.
답장이 왔다.
'아.. 저기..'
본능적으로 본래 도착한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누가 그랬다.
'촉'이라는 것을 무시하지 말라고, 그건 비과학적인 미신이 아니라 당신의 인생경험에 베이스를 둔 축적된 빅데이터라고.
오마이갓.
동시통역을 요청받은 것이 아니다.
전해야할 공지사항에 대한 번역을 요구 받은 것이었다.
덤벙덤벙.
나의 '덤벙덤벙'은 엄마에게로 부터 왔다.
그녀도 인정하리라.
엄마, 우리는 왜 '덤벙덤벙'일까?
그렇다고 우리 '대충대충'은 아니잖아.
'덤벙덤벙'은 '대충대충'으로 보이기 참 쉽다.
그러나 대충대충으로 취급받기엔 나의 ‘열정’이 억울하다.
고쳐야 한다.
나의 덤벙덤벙.
군인은 덤벙덤벙이면 안돼.
니가 군인임을 까먹지마.
어찌됐든,
현인아 애썼다.
아무튼 나는 널 좋아해.
잘하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