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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onin Aug 04. 2021

나의 비극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미국에 산다. 신발 어쩌라고?

영어를 싫어한다.

미국에 사는 것은 좋아한다.

영어는 밉다.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에 사는 것은 싫어한다.

한국어는 잘한다.

 

 

어릴 적 나는 말을 모으던 아이,

생각이 많던 아이,

무언가를 늘 찾던 아이.

사랑에 목마르던 아이.

 

 

꽤나 외롭게 큰 어린시절의 나는

혼란한 이 감정을

물어볼 데가 없어 물어볼 사람이 없어,

원하는 말을 찾는데 홀로 온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습관처럼 혼자가 편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었다.

더이상 외롭지 않을 수 있다 확신했다.

그래서 미국에 왔다.

그리고 혼자가 됐다.

 


나에겐 아주 어린 시절 정한 인생의 두가지 목표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것,

그리고 사랑하는 일을 할 것.



사랑하는 사람은 잃었지만, 사랑하는 일은 해 야지.

그것도 못하면 내가 너무 불쌍하잖아.

가슴이 아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피로가 가득한 뜬눈으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며 나는 나에게 속삭이곤 했다.

 


나라도 내게 속삭여야 했다.

말이 영이므로, 말에는 힘이 있으므로.

힘이 필요했으므로, 용기가 필요했으므로.

 


사랑하는 일을 만났었다.

더이상 외롭지 않을 수 있다 확신했다.

그래서 헌신을 했다.  

그리고 또 헤어졌다.

 

 

나는 하나님의 취향이 아닌, 나만의 사랑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하나님은 질투의 하나님이라 하셨는데,

본인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나는 나만의 사랑이 이다지도 중요해

그가 내게 줄 시련이 교훈이 아직도 많이 남았나 보다.  

 


아버지 하나님-.

한때는 하나님을 아버지라 불러야 해서 그를 사랑하지 못했던 날들이 있다.

아빠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아니, 아빠가 나를 사랑한다고 내가 믿지를 못했거든.

나는 언제나 직접 말을 해줘야 아는 아이니까 그리고 아이였으니까.

 


돈을 벌며, 외국인으로서 이 낯선 나라에서 겨우 살아남으며,

‘아, 아빠가 나를 사랑했구나-.

그가 나를 미워한 것이 아니라, 그저 힘들었구나 그도 어렸었구나’를 몸소 느끼며 비로소 나는 아빠를 사랑하게 되었다.

 


놀라운 유전자. 그토록 싫어했던 그의 모습을 스스로 행하며, 기적처럼 난 그를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신앙에 마음이 열렸다.

드디어 하나님을 마음에 걸리는 것 없이, 편안히-.

아버지 하나님이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놀랠루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를 더 사랑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줬으니까, 그를 포기했으니까.

지금처럼만 살면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한치 앞을 모르는 인생.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나는 또 길을 잃었다.

 


약 6개월간, 코로나 이후 쪘던 살을 빼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방에 각종 운동기구를 들이며 부단히도 애를 썼다.

웬걸- 운동을 하니 입맛이 더 도는 걸?



난 건강한 돼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10일간 5kg가 빠졌다.

역시 다이어트에는 마음고생-.    


지난 10일간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알아낸 결론 2가지는,

나는 여전히 사랑을 찾고 있다는 것과 나는 여전히 글 쓰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



지난 10일간 직업도 없이 거울을 보며 혼자 묻곤 했다.

왜 글이어야 했니?

음악이나 미술일 수는 없었니?

왜 언어 그 자체인 글 이어야 했니?  



내가 대답했다.

응, 성격이 드러워서.

누가 내 말을 오해하는 것을 나는 못 견디거든.

열린 결말, 상상의 허락, 나는 못 하겠거든.

하고 싶은 말을 할 거야.  아주 정확하게.



거울 속의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너 미국에 있어.

미국에 살 거야?  그러면 너 영어로 글 써야 해.

다른 내가 대답했다.

나도 알아 씨발.



또 한 번 길을 잃었다.

내 앞에는 어떠한 미래가 펼쳐져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단 한가지, 오늘-. 엎어져 말라가던 나를 다시 일어서게 만든 건-,

나는 내가 될 때까지 하는 사람이라는 확신.

그냥 그거 하나.



아버지 하나님이 굳이 나를 불러 주셨으면 사랑해 주셨으면,

나 볼 것 이거 하나 밖에 없다는 확신, 응 내 깡대, 내 집념.



아버지-. 뭐가 됬든 저답게 내키는 대로 다 될 때까지 할 게요.

당신의 뜻도 이해할 때까지 노력 할게요.

아버지. 저 아시잖아요. 찝찝한 거 못견뎌서 어짜피 그럴 것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저 좀 잘 부탁합니다. 저 좀 사람 답게 살게 해주세요.

헹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부탁합니다.



어렵게 어렵게

마침내 - 한 걸음을 떼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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