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헤어져도 친구로 지낼수 있는 사람이 있지만 그럴수 없는 사람도 있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의 츠네오는 나쁜놈이었다. 사랑한다면서 왜 이제와서 버거워해? 라며 그의 사랑을 돌이켜 시작부터 삐뚤게 보았고 외로 담담히 받아들이며 생선을 굽는 마지막 조제의 그 초연함이 어색하게 다가왔다. 다만 시간이 흐른 후 이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 다짐했던 이유는 해 좋은날 대로변에서 무너지듯 울어버리던 츠네오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이 영화를 찾게되었다. 영화속 사람들은 그대로, 시간이 흐른건 나 하나. 마냥 커보이던 주인공은 어디가고 그저 대학을 갓졸업한, 살아보고자 취업전선에 막 덤벼든 청춘이 버거운 이십대 중후반 어디쯤의 남자아이가 거기 있었다. 그리고 사랑은 인종도 종교도 나이도 국경도 초월한다는 말이 낭만으로 오다 ‘그렇게 초월할게 많으면 난 그저 이대로 있을래’ 가 되어버린 내가 여기 있었다.
누구에게나 한계가 있다. 양말하나 내일부턴 옳게 벗어 놓으리라 다짐하나 어김없이 주일이면 잃어버린 짝을 찾아 온 방을 뒤지듯, 나도 어쩌지 못하는 내가 이렇게 많은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뭐든 해낼수 있다는게 판타지지. 그러니 진심이 있어 되었다. 너의 한계치만큼 아껴주어 참으로 고마웠다. 잘 지내길 그 어디에 있더라도 나쁜 안부 안들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