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 싫은 어느 직장인 이야기
오늘의 아무 말 대잔치
새벽에 들리는 어마어마한 소나기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예민해져서 자다 깨다 하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때마침 울리는 알람 소리. 벌써 일어날 시간이라니!
비는 그칠 생각을 안 하고, 출근길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차를 몰고 가기 힘들기 때문에 대중교통에 사람들이 몰린다. 평소보다 배로 번잡해서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데, 잠을 못 자서 그런지 행동이 백만 배는 느려졌다.
겨우 준비를 마치고 나왔는데 밖을 보니 여전히 어마어마한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
현관 앞에서 발걸음을 떼는 순간부터 지쳐버렸다. 온몸에 곰 몇 마리가 올라간 것처럼 무겁다.
이런 날 그냥 집에서 빗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나오는 순간부터 비와 회사가 원망스럽다.
출근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싫어진다.
발걸음을 겨우 떼서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데, 벌써 바지 자락이 다 젖었다. 오늘은 몸에서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릴 거 같다.
지하철 안은 사람과 가방과 우산으로 혼돈의 도가니다. 옷과 몸은 이미 포기했다. 다 젖었으니...
습기 때문에 물을 잔뜩 뿌려놓은 비닐하우스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내가 식물이었으면 엄청 좋아했을 텐데.
날씨가 안 좋은 날 출근할 때는 몇 배의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인내심은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고 내색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기분이 엄청 다운돼서 표정에서 드러난다.
그 기분은 퇴근할 때까지 이어져 버린다.
어쨌든 여러 역경을 뚫고 무사히 출근을 했다.
이런 날 은 나에게 잘 대해줘야 한다. 도착하자마자 달달한 인스턴트커피와 간식으로 기분을 달래준다.
점심은 뜨끈한 국물의 칼국수와 포동포동한 만두를 먹어야겠다.
오늘 하루 회사에서 별일이 없길 바라며 점심시간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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