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빨리 가고 싶은 어느 직장인 이야기
오늘의 아무 말 대잔치
회사에서 회식을 한다. 술을 좋아하지 않고, 수다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회식은 업무의 연장 일 뿐이다.
요즘 회사들은 고기 먹고, 술만 죽어라 먹는 회식 대신에 문화 데이로 지정해서 영화 보고 , 맛집 가서 밥 먹고 개인 시간을 위해 헤어진다고 하던데. 그건 머 꿈같은 이야기다.
메뉴는 항상 회사 근처 식당에서 삼겹살에 소주.
회식에서는 눈치 싸움이 중요하다. 상사 옆에 앉지 않기 위해 가게에 들어가는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고,
회식이 끝나기 전에 들키지 않고 빠져나가 위한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
아무튼 끝자리가 좋다.
오늘 같은 날은 가방을 챙기지 않고 출근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가방이 있으면 들키지 않고 빠져나오기가 좀 힘들다.
하지만 직장 생활 n 년 차의 노하우로 자연스럽게 빠져나오기에 성공했다.
집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이 왠지 가볍지 만은 않다. 생각이 많아진다.
술에 취해 풀어놓는 나에 대한 이런저런 격한 불만 사항들.
(그냥 맨 정신에 말해주면 안 될까?)
술자리에서만큼은 절친이지만 다음 날이면 서먹해지는 직장 동료.
한두 번 겪는 일은 아니지만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집 앞에 도착하자 긴장이 풀린다. 휙휙 짐을 던져 놓고 침대에 몸을 던진다.
포근한 이불이 나를 감싸고 안아준다.
역시 집이 최고다. 침대가 최고다.
오늘도 피곤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