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훈육은 정말 독일까?

훈육 방향에 대한 끝없는 혼란

by 팬지

중학교 3학년 도덕 시간이었다. 선생님이 이렇게 물으셨다.

"여태까지 집에서 한 번도 안 맞아본 사람?"

나는 대다수가 손을 들 것이라 생각하고 번쩍 손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 반에 손 든 사람은 나 하나였다. 선생님은 적지않게 당황하셨다.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라 예상하시고 부모님이 우리를 사랑해서 가르치려고 매를 드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혼자 민망하게 손을 들었다가 조심스레 내린 나에게 '워낙 잘해서 때릴 일이 없으셨나 보다'라고 하시면서 다급하게 넘어가셨다. 하지만 어린 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럼 엄마빠는 나를 안 사랑해서 그냥 두는 걸까? 뭐든 삐뚤게 보는 사춘기였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연락을 안 하는 사이가 되어서 아직도 답을 모르겠다. 엄마빠가 보여준 희생 아닌 희생이 나에 대한 사랑인지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행한 행위인지 부모가 되어서도 모르겠다. 나는 아이들은 온전히 사랑하는 걸까?

자식들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고 이들의 자아를 상하지 않게 잘 키워내야 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하면서도 말을 안 듣고 규칙을 안 지키고 엉망으로 하는 모습을 보이면, 또 그에 따른 훈육에 반항하며 소위 버릇 없는 모습을 보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곤 한다. 평소에 피곤해도 대부분 평정심을 유지하는 나도 주변의 평판에 신경 쓰고 남편의 반응을 나도 모르게 살피게 된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남의 시선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체면을 중요시 여기는 양극성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번주도 그렇다. 집에서 엉망인 모습은 잘 감내하면서 차분하게 대처하는 편인데, 목요일부터 유치원 선생님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금요일 아침에 프라우 폴스터 선생님 수업에서 제멋대로 굴며 선생님을 피곤하게, 또 곤란하게 하는 모습을 보니 평소에도 자기 주장만 하는 아이인데 그날따라 유독 내 신경이 긁혔다.

또 그런 생각이 올라왔다. 내가 가르치고는 있는데 아이가 반항할 때 더 강하게 체벌을 하거나 하지 않아서 이렇게 버릇이 없게 된 걸까, 하는 자책감이 들었다. 나는 결국 그 자책감에 빠져 평정심을 잃고 범수에게 단단히 화를 냈다. 아주 심한 말을 했다.

"범수야, 엄마랑 아빠 말 듣기 싫으면 이 집에서 나가. 엄마랑 아빠는 너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의 지시를 안 따르겠다면 니가 나가야지. 이런 식으로 하면 따순 밥도 못 먹고 따뜻한 집에서 잠도 못 자는 거야! 밖에서 벌벌 떨면서 자고 배고파도 먹을 거 없이 지내야 하는 거야! 그렇게 되고 싶어??!!"

그러고는 또 양치를 안 하고 자겠다고 우기길래 정말 현관 밖 복도로 내쫓았다. 범수는 내쫓기자마자 울고불며 무섭다고 문 열어달아고 애원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물론 내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다섯 살짜리가 어디 가진 않겠지만 갑자기 뭔가 틀어져서 순간적으로 애가 판단을 잘못할까 봐 무서워졌다. 나는 문을 열고 단단히 주의를 주며 양치를 시키고 재우려고 누웠다. 범수한테 나가라고 해서 많이 무서웠냐고 그랬더니 무서웠다고 말했다. 나는 무섭게 해서, 나가라고 해서 미안하다고, 그런데 엄마 아빠가 알려주는 거, 선생님이 하라고 하는 거, 하지 말라고 하는 거, 규칙을 잘 따라야 세상을 잘 살 수 있고 나중에 학교도 가고 많이 배울 수 있는 거라고 꼭 안아주면서 말했다. 범수가 얼마나 알아들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몇 차례 이런 똑같은 혼란을 겪으면서 나는 이번에 결론을 내렸다. 강한 훈육이 애들한테 독인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독이구나. 정말 나와 안 맞는 방법인 것 같다. 이게 나한테 맞추는 게 맞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닐까. 훈육이 참 어렵고도 어렵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