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된 집 구매의 꿈

우린 이 동네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by 팬지

작년 12월, 우리가 구매하기에 아주 적당한 가격의 집을 만났다. 그래서 500유로의 예약금을 걸고 집 구매 절차를 진행하게 되었다. 대출 승인이 안 나와도 환불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대로 놓치기는 아까운 집이어서 상담해준 금융자문가(피난츠베라터)를 믿고 감행했다. 휴일이라 대출 심사가 무척이나 길어졌고 1월 둘째 주에 결국은 승인 거부가 났다. 기대가 있었던 만큼 실망이 컸지만 피난츠베라터는 다른 은행에 또 심사를 넣어보겠다고 했고 우리는 또 2주를 기다렸다. 하지만 또 실패했다. 피난츠베라터가 마지막으로 자기 지인이 있는 은행에 또 심사를 넣었지만 연초이고 감사 기간이라 자기들 재량으로는 또 대출이 어렵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문제는 수익이었다. 우리는 둘이서 번역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 이름으로만 프리랜서 등록이 되어 있고 남편은 내 비즈니스 아래 미니자버(파트타임보다 적은 시간 일해 최대 월 556유로 수익을 벌 수 있는 근무 형태, 4대 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니며 사업자가 연금만 들어줌, 세금을 안 내도 됨)로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남편이 영주권이 없기 때문에 이 수익을 인정해주지 않고 남편이 수익이 없어서 우리 가계의 또 다른 부양 가족으로 계산하다 보니 실질적 수익보다 1000유로 가량이 낮게 책정된 것이다. 게다가 그 집이 당장은 수리할 데가 없어도 십년 안에는 수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우리 수익으로는 수리까지는 감당이 어렵겠다는 결정을 낸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결론적으로 자본금도 더 모으고 남편이 영주권도 받고 수익을 더 올려서 3년 뒤에 다시 도전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원래는 언제 또 집값이 오를지도 모르고 집주인이 지금 이혼 상태라 언제 집을 팔지도 모르겠고 뭔가 마음이 불안정한 상황인데 가능하면 외곽이라도 저렴한 집을 사서 이사를 가고 싶었다. 크게 좌절한 것이 사실이지만 또 마음 한 켠에서는 도시 생활을 버리고 시골 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있었 범수가 지금 치료를 3개나 하고 있는데 선생님들이 정말 좋아서 이사를 해서 중단을 하는 것도 걱정이 되었어서 아직은 때가 아닌 거라고 마음을 정리했다.

그럼에도 범수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좀 한 곳에 정착하고픈 희망사항도 있었고 이제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안락한 집을 갖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월 고정비를 좀 줄여 갈 수 있는 내 집에서 여유 있게 일하고 싶었다. 근데 또 한편으로는 해야 할 집안일이 더욱 늘 것이고 업무에 집중할 시간과 여유가 더 부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래저래 확신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현상 유지에도 변화에도 큰 확신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 움직이는 게 맞는 건가? 여하튼 이번 집은 좌절됐으니 3년 뒤에 다시 도전해 보자 그동안 돈도 모으고 콘텐츠를 더 쌓아서 수익화를 다각도로 생각해보고 성과가 나기를 기대도 해 보려고 한다.


그래, 더 좋은 집이 오려고 이러는 거야.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