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3.3
눈을 떠보니 외딴섬이 되었다 동공에 물을 주기 전 이야기는 기억이 안 난다 흐르는 물줄기가 바다가 되어 가는 과정만 지켜볼 뿐 어디서부터 진실이고 거짓인지 너는 알까 나는 모른다 하루 두 번 밝아졌다 어두워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아는 것의 전부다 바다는 무언가 말해주고 싶다고 나를 툭툭 친다 작은 돛단배 하나가 걸어온다
기억도 없는 너를 사랑한 나머지 돛단배가 되었다 망망대해를 누비다 섬 하나를 사랑했다 곧 가라앉아 사라질 운명이라고 사라지기 전까지만 사랑했다 종이로 만든 돛단배는 외딴섬의 바다를 닦고 사라졌다
바다는 눈이 생겼다
두 개의 플라스틱병이 뛰어왔다 사랑에 녹아버린 그들은 하나처럼 뛰어왔다 하루에 한 번 오는 어둠에 왔다 내가 마음에 든다고 오래 앉아 있다 가자는 말을 훔쳐 들었다 천일홍을 꺾어 그대에게 넣었다 영원한 약속의 순간에 그들은 사라졌다
바다는 입이 생겼다
우주의 외로운 별 하나를 따왔다고 자랑하던 낚시꾼
당신의 휘둘림에 난 무궁무진한 사유의 대상이 되어 어느 외딴섬에 도착했어요
외롭지 말라고 바다는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걸어주더군요 아 참
오는 길에 천일홍 가득 담긴 플라스틱 병도 보았고 젖은 종이도 보았네요
나를 사랑으로 외로움으로 불러요
꽃을 삼켜 불러요
유리 파편을 삼켜 불러요
그들을 돌보고 오느라 늦었어요
바다는 귀가 생겼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꿈을 먹고 자란 백성들의 모래성이 멸망을 맞이할 무렵 바다가 말을 거네요
사랑한 만큼의 기억을 지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