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날리는 글
앞으로의 인생을 제주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바람 따라 흘러가는 인생을 그렸고 파도 따라 휩쓸리는 인생을 보내고 싶었다. 뚜렷한 계획보단 자연히 흘러가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그렇게 제주에 내려와서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글까지 쓰게 되었다. 목표를 정해두진 않았다.
최근까지 본업으로 뛰던 바리스타를 유지했고 다시 사진을 취미로 두었다. 그리고 독서를 재개했다. 항상 바쁘게 살며 놓치고 있던 나의 자아들을 목청껏 소리쳐봤다. 나를 다시 보고 싶다고 그동안 신경 못 써서 미안하다고 소리치며 내면의 자아들을 불러 모았다.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며 ”순간“이라는 찰나의 감정을 글로 적었고 사진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꾸준하게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것들을 자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을 선택했다. 비가 오는 날의 흙냄새, 해가 내리쬐는 바다의 윤슬, 습도가 높은 날 하늘에 보이는 무지개처럼 매일 바뀌는 자연을 받아들였다.
자연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의 책 한 권이 생겼다.
“흙에서 자라는 글꽃”
첫 출간의 부족함은 샘플 책을 받은 뒤 독자로서 읽고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몇 번의 검수 과정을 거쳤지만, 누군가 나 몰래 바꿔 쓴 듯 오타가 있었고 나의 오만함이 절실히 느껴졌다. 잘 자라기를 바라며 샀던 작은 화분을 방치하고 썩고 나서야 안타까운 것처럼 나의 첫 책은 썩은 화분같이 느껴졌다.
나름 고심하게 만든 제목도 왜 이렇게 유치하게 보이는지 나의 감각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자연을 받아들이며 글을 썼기에 ”흙에서 자라는 글꽃“이라고 졌는데 말이다.
”나는 글에 소질이 없는 걸까? 하지만 독서를 좋아하고 안정을 느끼며 나도 글이 너무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라며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종종 번아웃이 오듯 더 이상 포기하면 또 실패라는 타이틀이 생길까 봐 불안했다. 본인을 사랑하고 싶었고 나에게 기대하고 싶었다.
다시 한번 내 생각들을 바람에 날리고 싶어졌다. 내 이야기일 수도 남의 이야기일 수도 아니면 나와 너의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어졌다. 위로된다면 위로를 받고 응원이 된다면 응원을 해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