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야근하다 지쳤을 때 쓴 시
당신과 나는 매일밤 별의 궤적을 읊었다
새벽이 찾아오면 존재의 궤적을 읊었다
고통과 절망 속 고해성사
우리 모두 태초에 별이었다
당신과 나를 구성하는 원소는 별과 똑같다고
이팝꽃숭어리 쏟아지듯 당신이 웃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이 오긴 오냐고
당신은 뽑기를 잘못한 것 같다며
죽어가는 별에서 튕겨져 나온 원소라고 말했다
반짝이게 살아가는 법을 모르겠다고
인생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것
달빛이 기울 때 당신의 눈에서 어둑한 불안을 보았다
오래된 시소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삐그덕 흔들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권력도 부패도 허영도 굳어졌다
잘못 앞에 질끈 두 눈을 감아버렸다
쳇바퀴 위를 정처 없이 뛰어다니며 받았던 품삯
하나, 둘, 셋 궤짝으로 늘어나는 해바라기씨
시큼한 화학 약품 잔뜩 묻어
더 이상 먹을 수도 꽃피울 수도 없는 것들
해바라기씨가 아니라 포르말린이라고 불렸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울음을 터뜨렸다
악착같이 얻어낸 것은 진실된 거짓들, 거짓된 진실들
잡을 수 없는 것을 얻기 위해 아득바득 살았지
아침이 오기 전 먼 옛날 길잡이의 삶을 떠올렸다
그는 정답을 찾다 외로워서 죽었을 것이라고
인공위성이 있었다면 그는
덜 외로웠을까 더 외로웠을까
당신과 나는 타인의 인생을 가늠하며 껄껄거리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고해성사를 했다
매일 밤 목격하는 별은 이미 수억 년 전 죽어버린 별
빛나지 않아도 빛나는 것들
죽어서도 남겨놓은 별의 궤적들
수억 광년 떨어진 곳에선
당신도 나도 한줄기 빛이려나
마지막 주문을 읊었다
죽어감으로써 살아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