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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현우의 인생기록 Sep 27. 2015

07화. 신박한 군생활 -1-

독기 있던 훈련소 생활

제가 쓰고 있는 글은 모두 제 실제 경험을 되뇌며 작성하고 있는 수필입니다.

제가 가진 가치관과 생각이 정답은 아닙니다. 각자의 생각과 노력, 행동을 존중합니다.




 1학년 때 목표였던 '인맥 넓히기'는 성공적이었다. '인맥 넓히기'에 대해서도 나중에 깨달은 게 있는데 추후 말하겠다. 2학기가 끝날 때쯤 내 핸드폰에는 약 500명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 나는 모든 과에 최소 2명 이상씩은 알게 되었고 그 친구들과 모두 가깝게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 학점은 목표했던 3점은 넘긴 3.3 정도 맞췄기 때문에 내가 생각했던 1학년 생활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 군생활만 잘 하면 된다!!'


 2010년 1월 18일 공군 입대를 했다. 오지 않을 것 같던 입대가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서 내게도 다가왔다. 와 닿지 않았는데 내가 머리를 삭발하고 훈련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니까 그제야 느껴졌다. 하루가 지났음에도 너무 사회가 그리웠다. 


파워 턱걸이


 나는 꽤 독한 놈이다. 목표를 정하면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포기란 단어는 알지만 행동에 옮기지 않는다. 포기는 김치 셀 때 말하는 단어로만 여기며 될 때까지 한다.

 훈련소에서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운동만 열심히 했다. 몸이 마른 편이라 운동으로 몸을 키워야 했다. 턱걸이를 정말 못했는데 20개  이상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매일 시간이 있을 때마다 턱걸이를 했다. 며칠 동안 기껏해야 한 번에 한 개에서 두개밖에 못했다. 한 번씩 밖에 못하는 턱걸이를 계속 하루에 10번  이상했다. 그러자 조금씩 조금씩 잘하게 되었다. '한 개, 두개, 네개, 여섯 개,  열개...' 한 번에 할 수 있는 횟수는 점점 늘어갔다. 그렇게 훈련소 한 달도 안된 기간에 나는 턱걸이를 쉬지 않고 20개 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에서 운동을 많이 했던 친구보다 더 많이 할 수 있었다.

오래 달리기 6등


 마지막 체력 평가에서도 나의 독기는 나타났다. 3km 달리기였는데 나는 체력이 꽤 좋다고 생각하지만 운동부처럼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운동부 친구가 자신이 1등 할 거라고 자기만 따라오면 순위권이 된다고 했다. 달리기가 시작되고 나는 그 친구 뒤만 쫒아갔다. 정말 힘들었지만 나보다 앞서가는 친구들을 제치며 희열을 느꼈다.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내 목표는 그 친구 뒤를 계속 따라가는 것이었기에 심장이 요동치고 폐에 더 이상 숨을 불어넣기 힘들어도 그 친구와 도착점을 보고 뛰었다. 그렇게 나는 약 1000여 명 중 6등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이렇게 목표의 중요성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나도 모르게 일상에서 배워나갈 수 있었다.



죽음의 화생방

 화생방은 최고의 훈련이다. '정말 이러다 죽을 거 같다'라는 생각을 모두가 했을 것이다. 웬만한 다른 훈련에서는 '죽을 거 같다'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화생방은 가스훈련이기 때문에 화학적인 성분에 반응하는 내 몸을 느끼자 '좀 더 있으면 죽겠는데?'이런 생각을 훈련을 받으며 처음으로 했다.

 두렵고 두려운 화생방 훈련시간이 되었다. 나보다 먼저 했던 전우들이 문을 열고 기침을 하면서 나오는 모습에 나의 미래가 보였다. 훈련소 방독면은 가스가 새는 방독면이 정말 많다. 오래된 방독면이 많고 새는 방독면을 굳이 새로 교체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많다. 5명 중 2명은 새는 거 같았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들어가기 전부터 '제발 내 방독면은 정상 이어라...'


입장!

 하하하 방독면이 바로 샌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지구에 살며 처음 느껴보는 이 가스 맛

 뭔가가 목을 콕콕 찌르며 기침을 유발했고 방독면 안을 공기와 함께 채워갔다. 물론 눈물과 콧물도 함께 나왔다. 같이 들어간 전우 중 몇 명도 불쌍하게도 나와 함께 기침을 하고 있었다.

 방독면을 벗으라는 조교의 명령이 떨어졌다. 어차피 새는 거 그냥 빨리 벗었는데 실수였다. 가스가 더 느껴졌다. 기침과 눈물, 콧물은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나왔다. 



 군대 다녀온 분들은 모두 알겠지만 화생방을 할 경우 손으로 만지면 절대 안된다. CS탄 입자가 갈고리 모양이라 따갑다고 손으로 얼굴을 만지게 되면 칼로 베인 듯 어마어마한 고통을 오랫동안 겪게 된다. 

 방독면을 벗으니 같이 들어온 전우들은 발버둥을 쳤다. 모두 악을 지르며 '살려달라, 내보내 주라'는 절규가 들린다.

 나는 정말 꾹 참았다. 목에 가스가 꽉 차서 숨도 안 쉬어져서 곧  질식사할 것처럼 답답했지만 최대한 적응하도록 노력했다. 움직이지도 않고 차렷 자세로 가만히 서서 기침을 하며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게 되었다. 몸이 화생방을 잘 버틸 수 있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살면서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가만히 참고는 있었지만 숨은 점점 쉬기 힘들었다.

 가스가 가득 찬 컨테이너에서 군가까지 부르고 약 3분~5분 동안 있다가 나올 수 있었다. 가스가 없는 지구는 정말 천국이었다. 



생각보다 어려웠던 훈련소를 마치고 이제 진짜 군생활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제발 선임만 잘 만나라'라는 생각과 함께 내 훈련소 생활은 끝이 났다.




다음 이야기

08화. 드디어 시작된 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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