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현우의 인생기록 Sep 27. 2015

08화. 신박한 군생활 -2-

드디어 시작된 군 생활

제가 쓰고 있는 글은 모두 제 실제 경험을 되뇌며 작성하고 있는 수필입니다.

제가 가진 가치관과 생각이 정답은 아닙니다. 각자의 생각과 노력, 행동을 존중합니다.



빠르게 지나간 이등병 생활


 훈련소를 마치고 경북 예천에 있는 16 전투비행단에 전입하게 되었다. 영화처럼 전입하는 날 비가 쏟아지며 우비를 입은 채 더플백을 메고 처벅처벅 걸어갔다. '정말 군대라니..'라는 생각과 함께 뭔가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으로 생활관에 들어갔는데 새로운 신병이 왔다는 말을 들은 많은 선임들이 보러 왔었다. 정말 고맙게도 많이 나오셔서  첫날부터 여러 곤란한 질문과 행동을 해주셨다. 그 많은 선임 중 놀랍게도 학교 선배가 있었고 그 선배와는 일면식이 많지 않았었지만 오랜 군 생활 동안 나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시며 매우 잘해주셨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입대한 10년도 당시 이등병은 말 그대로 졸병이었다. 모든 행동에 조심해야 하며 선임들이 정해놓은 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다면  당사자뿐만 아니라 동기와 그 위 맞선임까지 불려 다니며 혼났다. 내 보직이었던 설비운영반 선임들은 남자 중의 남자가 많았다. 큰 덩치에 맞게 멋있는 욕을 구사하시며 화염 같은 성격인 사람이 많았다. 그분들의 말로는 시설대대 중 가장 드센 사람들이 모인 보직이라던데 나는 그런 곳에서 생활하며 고맙게도  일상생활에서 '인내'와 '끈기'를 배웠다.


 이등병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적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배우느라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정말 깔끔한 군대 청소도 열심히 배우며 선임, 동기들과 친해지며 되도록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일 많다는 일병 책을 읽다


 군대에서는 농담으로 '일병은 일이 많아서 지어진 계급'이란 말이 있다. 새로 전입하는 신병 관리도 해야 하고 보직 업무도 배워야 하는 등 이등병 때보다 잡일이 더 많아졌다. 하지만 어느 정도 군대에 적응도 하며 친한 선임들도 많아졌기 때문에 한결 생활하기 편했다. 


 보일러병이라 부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에어컨과 보일러를 수리했다. 이등병 때까지는 수리를 하다가 어느 순간 행정병을 맡게 되었다. 비교적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이제 어떻게 준비를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당시 일병은 선임들이 정해놓은 규정으로 독서실과 헬스장을 이용하지 못했다. '뭐 이런 게 있나'라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허락된 것은 독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부는 할 수 없었다. 독서도 많이 허용은 안되었다. 특히 8시~18시까지는 업무로 인해 독서도 불가능했다. 상병 혹은 병장이라면 가능했겠지만 일병인 나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행동이었다. 군대는 어찌나 청소시간이 많고 이리저리 선임들에게 불려 다니는 시간이 많은지 독서는 유일하게 청소하기 전 약 30분과 주말 약간의 여유시간에 가능했다. 이 시간마저도 안 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부대 안에 도서관이 있어서 점심을 빠르게 먹고 잠깐 시간이 남을 때 읽고 싶은 책을 빌리러 갔다. 그렇게 시간 날 때마다 빌리며 일주일에 한 권 정도 읽기 시작했다. 독서 시간을 얻기 힘들었기에 시간이 있을 때 빠르고 집중해서 읽었다. 이때도 여전히 자기계발 서적을 읽었다.


 선임들과 농담도 잘하며 친근하게 대했기 때문에 책을 읽더라도 나에게 뭐라고 하는 선임은 없었다. 아무나 생활관에서 책을 가만히 읽게 놔두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등병 생활을 열심히 해서 다행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맘에 안 드는 후임이 책을 보고 있으면 일부러 잡일을 시키거나 심하면 보지 말라고 하는 선임도 있다.)

 일병 호봉이 올라갈수록 여유시간은 조금씩 늘어났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일주일에 한 권읽던 책은 2권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자기계발서만 읽던 나는 독서의 폭을 넓히기 위해 소설과 다른 문학서적도 읽었다. 



일병 100여 권의 책을 읽다.


 그렇게 시간이 남을 때마다 사회에서 안 읽었던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군대에서 인터넷도 못하고 핸드폰도 못했기 때문에 책이 처음으로 재밌다고 느껴졌다.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에는 억지로라도 손에 책을 잡으며 읽어나갔다. 그 당시 목표했던 100권을 채우기 위해서 내 손에는 책이 계속 들려있었다. 도서관에 있는 베스트셀러와 CEO 및 경영 및 IT분야 필독서를 읽어나가며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해나갔다. 잘 몰랐던 CEO뿐만 뿐만 아니라 여러 경영 및 IT분야 아이디어 사례를 알게 되었다. 기계공학과 학생에게 멀게만 느껴진 분야였지만 책을 통해서 조금씩 지식을 쌓아갔고 100권 정도 읽었을 때는 경영 및 IT 관련학과 전공한 동기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이렇게 읽은 책들은 나도 모르게 제대 후 글을 쓸 때 단어를 사용하고 문장 구성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일상생활에서 생각의 폭을 넓게 해주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그나마 가능했던 '독서'란 목표를 정했고 상병이 되기 전 약 6개월 동안 100권 이상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독하게 일병생활을 했다. 내 동기들 중에서는 그 정도로 열심히 책을 본 사람이 없다. 군대에서는 시간 있을 때는 쉬고 싶은 생각이 정말 많이 들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나는 독한 놈이라 할 수 있다.'라는 자기 최면을 걸며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군생활 9개월(이병 2개월+일병 6개월) 정도 후 군 생활의 꽃이라는 상병으로 진급했다. 이제 웬만한 행동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드디어 작전을 실행할 때가 온 것이다.

 




다음 이야기

09화. 상병 꿈을 위해 노력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07화. 신박한 군생활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