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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투스 Feb 13. 2016

버니 샌더스로 다시 보는 미국

당신들이 버니 샌더스를 키웠다

연고지인 버몬트주와 인접한 곳이어서 뉴 햄프셔주는 버니 샌더스의 뒷마당으로 불린다고, 그래서

승리한 거라고 말하는 동료에게 물었다. 당신은 당신 동네에서 존경받는 사람이냐고.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 밖에서는 존경받을지 모르지만 집안에서는 그저 '인간아'로 불리는 나 같은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의 평가가 더 무섭다. 시장직을 수행할 때, 새벽에 제설차를 끌고 나가 시민을 위해 직접 눈을 

치우던 사람이다. 그 모습을 40여 년 동안 옆에서 봐 온 사람들이라 찍은 거다, 60% 넘게.

그걸 우리가 남이가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같은 인기에 나이라도 젊었다면 벌써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끝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성 정치판을 수치스럽게 만들고 있는 할아버지.

이 노인네의 등장과 인기가 당혹스럽다고 하지만 결국 자신들이 키워낸 셈이 아닌가?

지금껏 똑바로 해왔다면 일흔도 훌쩍 넘긴 할아버지의 핏대가 이렇게 심장에 꽂힐 일은 아닐 것이다.


지난 2014년 7월 뉴욕의 길거리에서 담배를 팔던 에릭 가너가 백인 경관의 과잉진압으로 숨진다.

비무장이었던 사람을 목조르기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에릭 가너의 딸인 에리카는 최근 버니 샌더스의 온라인 광고에 등장해 지지를 표명한다.

"저는 우리의 말을 경청하고 우리를 위해 말해줄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합니다."
출처 : Google iamge

샌더스 외에 이 문제를 거론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한다.

I can't breathe. 샌더스가 대통령이 되면 그때는 숨을 쉴 수 있을까?

우리에게도, 에리카에게도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정말 중요한 것은 소외된 곳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낮은 곳의 한숨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Yahoo Finance에서는 'How Bernie Sanders would remake the whole U.S. economy'

라는 헤드라인으로 버니 샌더스의 경제 관련 계획을 기사화하면서 같은 면에 힐러리를 편성했다.

'5 Ways a Hillary Clinton presidency could affect your money'라는 제목으로.

버니 샌더스를 소개하면서 기사 첫 줄이 '현실적이 아닐지는 모르지만 그는 분명 용감하다'였다.

칭찬인지 욕인지---


경제가 성장하면 모든 계층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된다던 장밋빛 이론은 지금도 유효한가?

소위 낙수효과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는 당황스럽다.

중산층은 40년 만에 최저로 내려앉았고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 계수와 팔마 비율은 선진국

중에서 가장 참담한 숫자를 보여주고 있다. 가난은 개인의 능력이며 책임이라고 믿었고

노력하면 성공하리라 다시 믿었던 순진함에 지금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치를 떨고 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경제가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가 먹힐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닐지 모른다.


지금까지의 EMH (Efficient Market Hypothesis)가 맞느냐, 버니 샌더스 진영의 MMT

(Modern Monetary Theory)가 타당한 이론이냐는 어쩜 국지적인 논쟁이다.

Death of the liberal class를 쓴 퓰리쳐 수상 기자인 크리스 헤지스는 미국을 기업 국가로

정의하면서 테러 집단보다 골드만 삭스 같은 기업들이 미국에 더 위험한 존재라고 경고한다.

말도 안 될 것 같은 이런 지적들은 유수한 전문가들이 이미 수도 없이 언급한 내용들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대마불사의 권위를 누리는 대형 금융업체들이 존재하는 한

위기는 또 닥쳐온다고 주장한다. 이 대형 금융기관들을 손보겠다는 게 버니 샌더스의 공약이고

힐러리의 남편 빌 클린턴은 오늘날의 금융 괴물들을 탄생시킨 장본인 중의 한 명이다.

버니 샌더스가 그 괴물들과 과연 싸울 수나 있을까?  


그래서 노벨 경제학상에 빛나는 대표적인 진보학자인 폴 크루그먼도 버니 샌더스를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오히려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고 있다.

정치는 실용적이어야 하며 따라서 빵 반조각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논리다.

너는 그 반조각도 만들 수 없다는 말을 하는건데 샌더스는 그를 위대한 경제학자라고 존경한다.

출처 : Google image

위대한 경제 전문가들은 버니 샌더스의 경제정책을 우려하고

저명한 정치 전문가들은 버니 샌더스의 정치철학을 의심한다

언론은 그의 용감함을 조심하고, 보수는 그의 색깔을 경계한다.


나도 아직까지 그의 정체를 모른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정체는 알 것 같다.

버니 샌더스가 등판한 민주당 경선에서 진짜 승부는 경제가 아니다.

그건 원칙(Principle)이다.

정치가 국민에게 어떤 의미여야 하는지,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국민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정말 국민을 섬길 생각이나 있는 건지,

지금 미국인들은 그걸 묻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힐러리가 받아본 적이 없던 <정직>이라는 질문을 당하는 거고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그녀가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외교도 아니고, 경륜도 아니고, 경제도 아니고, 능력도 아닌

"당신은 지난 세월, 우리를 위해 무엇을 했습니까?"라는 

아주 낯선 질문을 받고 있는 것이다.

뉴 햄프셔의 대패 이후, 힐러리는 선거캠프를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다.

선거 전략가들은 문제는 캠프가 아니라 그녀 자신이라고 충고한다.

이 또한 들어본 적 없는 지적일 것이다.

그 똑똑한 여자가 설마 모르는 건 아니겠지?

지금 국민들이 자기에게 무엇을 물어보는지.


경제가 아니야, 이 바보야.


> 폴 크루그먼 교수님.

없는 것보다는 빵 반조각이라도 있는게 정치 실용주의라 하시는데 

평생을 그래도 진보 경제학자라고 존경받아 오신 분으로

없는 것보다는 버니 샌더스같은 반조각이라도 있는건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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