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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투스 Apr 06. 2016

제 2의 버니를 꿈꾸며

버니 샌더스의 역할은 끝났지만.

시급 15달러가 너무 높다고 비판하던 힐러리 클린턴이

이제는 시급 인상 축하모임에 얼굴을 내밀며 숟가락을 얹고 있다.

소위 Mac Job이라고 불리는 근로조건하에서 연명해 오던 사람들에게는 혁명적인 승리다.


Pew Research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1964년부터 2014년 사이 명목상의 임금 인상률은 727%나

된다. 수치상으로는 꾸준히 임금 인상을 진행해 온 것처럼 보이니 힐러리가 시급 15달러에 경끼를

일으킬 만도 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임금 인상폭은 지난 50년 동안 고작 7.8%에

지나지 않는다. 이래서 금수저는 시급 15달러 인상에 목숨을 거는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시급 15달러 인상으로 사라져가는 중산층이 갑자기 부활하고, 형편이 펴지는 상황은 안될 것이다.

지금이야 승리를 자축하지만 그만큼 전체 물가는 올라가고 수지 타산을 맞추려는 업주는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인력을 줄이려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든 우려를 고려하고도 시급 15달러 인상은 미국의 의지를 반영하는 <성의> 문제일 수

있다.


스위스에 기반을 둔 금융기관 Credit Suisse는 매년 특정한 Wealth Topic을 선정해 분석하는데

2015년에는 21개국을 대상으로 중산층 실태를 심층 조사해 발표했다.

Middle Class Share of Wealth by Country - 국가별 중산층이 차지하는 부의 비율을 따져

본 건데 여기서 미국은 19.6%로 최하위를 기록한다. 물론 미국의 GDP와 인구수를 고려해 볼 때

편차가 있다고 하겠지만 그렇더라도 꼴찌는 너무 심각한 성적표다.


미국에도 묻지도 않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많다.

눈 감고도 찍어주는 이런 무한 애정은 민주당과 정부에 건방을 끼게 한다.

어느 어느 민족과 소수계는 자신들이 나라를 팔아먹어도 찍어줄 거라 믿는 걸까?


적당한 경계와 자극이 오히려 더 많은 수혜를 유도할 수 있는데

얼굴색이 같거나, 같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연히 그 인물을 찍어야 한다는 풍부한 감성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오죽하면 배우 수잔 서랜든이 "같은 여자라서 힐러리를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히려 여성을 모욕하는

말이다"라고 했을 정도다. 그래도 뭔 말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여자를 돕지 않는 여자들을 지옥불에 집어넣는 올브라이트 같은 사람이 국무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니까.


버니 샌더스는 일관되게 시급 인상을 주장해 왔고 칠순을 훨씬 넘긴 나이에 그 승리를 목도했다.

힐러리는 버니 샌더스의 시류에 휩쓸리다시피 이제는 시급 인상을 환영하고 찬성한다.

TPP도 찬성하다가 이제는 버니 샌더스를 따라 반대 입장으로 선회한다.


만약 버니 샌더스가 이렇듯 힐러리를 피곤하게 하지 않았다면

이 고집 세고 당찬 여자가 스타일 구겨가며 자기 입장을 변경할 생각이나 했을까?


아내와 가족까지 들먹여가며 죽자고 덤벼드는 공화당 경선에 비하면

민주당 경선은 확연하게 점잖다.

물론 힐러리가 애초에 버니 샌더스를 우습게 알고 애써 무시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FBI 수사까지 받고 있는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정책대결로 가자며 오히려 덮어버리는 버니 샌더스를

자기가 먼저 깔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할 것이다.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독해가 불가능한 금융상품을 파생시키는 대형 투자기관들을 손보고

노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으며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정책들은 수정, 보완해가겠다는 샌더스의 공약들은

이제 사회주의자의 그것이 아니다.


그가 없었어도 이런 바람이 불었을까?

국민이 뭘 의심하는지 눈치라도 챌 수 있었을까?


버니 샌더스의 목표는 애초부터 대통령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다만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미국 정부와 세계를 향해

이런 이슈들을 환기시키는 역할정도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미국 국민들은 푼돈을 모아 건네주며 끝까지 가라고 응원한다.


75세의 이 할아버지는 선거운동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면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고단할 것이다. 

넥타이를 풀고, 양말을 벗고,

안경을 베드 테이블에 올려놓고

목숨보다 길었던 하루를 침대에 눕히며

이런 말을 혹시나 중얼거리지 않을까?


'날개를 얻은 웬디에게

 피터팬은 이제 소용이 없어"


남은 경선 일정은 이 할아버지를 더 고단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버디 샌더스는 이미 원하는 것을 얻지 않았을까?

웬디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던 피터팬처럼

국민에게 승리하는 법을 가르쳤으니.


나머지는 국민의 날개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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