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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투스 Jun 01. 2016

덕후의 세상

선수만 살아남는다

In the future, everyone will be world-famous for 15 minutes.

미래에는 누구나 적어도 15분 동안은 유명해질 수 있다 - 엔디 워홀의 말이다.

SNS가 일반화된 세상에서 이제 이 예언은 현실이 되고 있다.

자신이 가진 콘텐츠를 세상과 나눈다는 건

세상에게 무엇보다 자신에게 내가 누군지를 확인하는 매력적인 일이다.

관건은 차별성일 거다. 그리고 그걸 증명하는 방법은 전문성이다.


출연자마다의 역할을 규명하는 character가 이제 specialty라는 용어로 바뀌어야 할 만큼

방송에서조차 전문가가 아니면 15분 이상의 인기를 보장받기 어려운 세상이다.

한때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광범위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 교양이라고 배웠지만

한 가지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지 못하면 그런 호기심은 오지랖일 뿐이다.


AP가 필라델피아에서 5월 31일 자로 띄운 소식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Joey Warchal이라는 13살 꼬마가 Eastern State Penitentiary (이스턴 주립 형무소)를 관광하다가

알 카포네의 독방에 놓여있는 라디오가 잘못됐다는 걸 한눈에 간파한다.

알 카포네가 이 형무소에 수감됐던 시기가 1929년과 1930년 사이 10개월 기간인데

1942년에 만들어진 라디오가 그의 독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 꼬마는 형무소 측에 자신이 시대에 맞는 라디오를 구해보겠다는 제안을 했고 형무소 측은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어떻게 구했는지 1929년에 제작된 라디오를 찾아 다음 주에 전달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대개는 장난감에나 관심 있어 할 나이에 빈티지 라디오의 덕후였던 셈이다.


이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무조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게 될 것이다.

하버드건 예일이건 스탠포드건 결정만 하면 된다.

감히 이런 단언을 하는 건 미국 대학의 입학 사정관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토리를 지녔기 때문이다.

1. 또래의 아이들과는 차별되는 취미를 갖고 있다.

2. 그 취미에 전문성을 갖출 정도로 호기심과 집중력이 뛰어나다.

3. 그 지식은 박물관으로 운영 중인 이스턴 주립 형무소 내의 소품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4. 그런 잘못된 진열을 비난하기보다 자신의 지식으로 개선할 생각을 하고 실천한다.

5. 이런 일련의 작업이 알려짐으로 또래 아이들에게 역사에 대한 흥미를 고취시킨다.

6. 전문적인 식견이 주변을 얼마나 이롭게 하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이 꼬마가 나중에 대학 입학 에세이를 쓴다면 당연히 지금의 스토리를 소개할 것이고

사정관들은 위의 6개 사항 가운데 몇 개를 평점으로 쓰지 않을까?


창피하다.

13살 꼬마도 세상을 위한 작은 변화를 가져올 만큼 재능을 보태고 있는데

도대체 뭘 잘하는지 아직도 헤매는 이 산란함은

덕후의 세상에서는 태만이고 박약 일지 모르겠다.


한 세기 전에 살았던 올더스 헉슬리가 참 대단하긴 하다.

You must know everything of something, something of everything.

모든 것에 조금씩, 그러나 어떤 것에는 전부를 알아야 한다는

그 옛날에 한 말이 설마 오늘을 두고 하는 말이 될 줄은 본인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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