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킬이 씁니다
내 모든 가면들의 기본이 되는 페르소나는 역시 혜킬이다. 속에 숨어 있는 혜이드는 영락없는 어린애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혜킬은 어른이 되고 싶어 했다. 혜킬에게 어른이란 해탈한 자다. 상황을 흘려보낼 줄 알고, 모두를 이해할 줄 아는 것이 어른이다. 혜킬은 노력한다. 합리화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다 이유가 있겠지'. 감정을 절제한다. 왁자지껄 기뻐하거나 우수수 슬퍼하거나 와장창 화내지 않는다. 혼자 있기를 자처한다. 너무 조심하는 바람에 자주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오래 곱씹는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뇌절에 뇌절을 거듭하며 이해할 수 없는 것들마저 이해해 버린다.
혜킬은 혜이드를 더욱더 깊은 곳으로 밀어 넣는다. 이제는 내가 정말 뭘 원하는지 모르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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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꾸며내는 나의 페르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