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집 그놈의 집

혜이드가 씁니다

by 혜파리

마음 붙일 데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수많은 가면을 돌려쓰며 끊임없이 일하고 말한다. 꾸며낸다. 긴장한다. 발전한다. 나는 더 이상 대단해지고 싶지 않다. 그냥 어딘가로 돌아가 오래오래 고여 썩어버리고 싶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꾸미지 않아도, 긴장하지 않아도, 발전하지 않아도 괜찮은 나의 집. 때론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둘 수 있기를 바란다. 커튼 좀 쳐줄래? 바깥 날씨가 어떤지, 지금이 몇 시쯤 됐는지 알고 싶지 않아. 이제 현실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 고요에 침몰해도 이대로면 좋을 것 같아. 사라져도 좋을 것 같아. 나도 네 집이 될 수 있을까?


진짜 집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꾸미지 않아도, 긴장하지 않아도, 발전하지 않아도 괜찮은 너의 집. 함께 실컷 세상을 등지다가도 네게 새로운 아침이 찾아오면, 세상이 궁금해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꼭 어른스러운 체하며 마음껏 모험하고 언제든지 돌아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집. 부지런히 일하고 열심히 말해. 꾸며야 하는 순간이 오면 꾸며내. 가끔 긴장하고, 힘내서 발전해. 그리고 언제든지 돌아와.


늘 집이 갖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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