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리 4일 차
어렸을 때부터 자기소개서를 쓰는 칸에는 매번 취미 / 특기 란이 나뉘어 있었다.
취미 = 좋아하고 자주 하는 것
특기 = 잘하는 것
아니, 좋아하니까 잘하게 되고, 잘하니까 좋아하게 되는 거 아닌가? 좋아하는데 못하는 게 취미이고, 잘하는데 굳이 하고 싶지 않은 게 특기인가. 그럼 좋아하면서 잘하는 건?
하지만 이런 불만 가득한 생각보다도 나를 더 괴롭게 했던 건, 내가 과연 다른 사람보다 이걸 진짜 좋아할까? 내가 다른 사람보다 이걸 진짜 잘하나? 하는 것이었다. 순위를 매기려니, 나는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어린 시절, 나는 호기심이 많았고, 해보면 대부분 결과도 좋았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점점 “칭찬받는 게 좋은” 사람이 되고, 반대로 제 자신이 칭찬받을 수 없는 수준임을 인지했을 때는 창피함과 걱정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실패와 좌절을 좀 했고.
성공 스토리를 보면, 누군가는 그 좌절을 맛본 뒤 엄청난 노력을 해 결국 장애물을 넘어선다. 그런데 나는 꽤 오랫동안, 점점 더 쉽고 편한 길을 찾고 있었었나 싶다. 무서워서 피한 걸까. 아니면 정말 내가 좋아서 한 선택인 걸까.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회에 나가보니 웬걸, 나보다 훨씬 뛰어나고 잘하는 게 많은 사람들이 수두룩 하다. 위로 올라가는 건 더 쉽지 않고, 그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왔다. 그럼 너가 잘 하는 건 모르겠다 치고, 좋아하는 게 뭘까.
혼자서하는 고민엔 끝이 없다는 걸 알고, 어제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과거를 돌아보며 내가 좋아했던 것을 찾는 나에게, 이제 그만 과거를 돌아보고 나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보라 했다.
실제로, 주변에 내가 멋지다 느끼는 친구들을 꼽아보면 모두가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 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투자가 당장에 결과를 못 내는 것 같아보여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기에 아깝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그 친구들 모두 지금은 취미가 아닌 자신의 전문분야로 살려나가고 있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가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상해에서 격리 중인 요즘, 시간이 많아지니 생각도 많아진다.
내가 선택한 건 아니지만, 이 황금 같은 시간이 나의 행복 요소들을 찾는 순간이 되길.
지금 네가 무얼 좋아하는지,
미래에 네가 그리는 모습이 뭔지 생각해봐!
그렇게 난 지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유튜브에 영상도 올려보고,
영어공부와 중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인테리어는 여전히 좋고, 페이즐리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를 더 풍성하게 채워나갈 수 있을까.